미칼럼니스트「조지·윌」이 말하는 세계의 언론|언론과 국가의 발전은 양립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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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제23회「신문의 날」을 맞아 본사는 『제2의 「월터·리프먼」』으로 촉망되고 있는 미국「칼럼니스트」「조지·윌」과의「인터뷰」를 통해 『「칼럼니스트」의 세계』를 알아봤다. 다음은 김건진 「워싱턴」 특파원과의 회견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김=당신은 주로 어떤방법으로 취재를 하는가?
▲윌=첫째, 미국은 「전화의 나라」다. 「스태프」가 거의 없는「칼럼니스트」에겐 미국의 편리한 전화제도가 여간 고마운 존재가 아니다.
둘째,「워싱턴」은 「문서의도시」다. 정부기관이나 단체의 각종 간행물·발표문·보고서·「메모」등이 있고 신한용 발표만해도 매일같이 산더미같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방대한 이 자료들을 이용하면 글을 쓰는데 큰도움을 받게된다.
물론 필요하면 내 자신이 사람들을「인터뷰」하고 회의나 「파티」에 참석하고 있으며 내나름대로의 취재원도 갖고있다.

<현역칼럼니스트 40∼50명>
김=미국내 「칼럼니스트」의 수는 얼마나 되는가?
▲윌=활발하게 현역으로 일하고있는「칼럼니스트」는 40∼50명정도 된다.
김=당신은 신문과 잡지에「칼럼」을 쓰면서 TV에 출연, 해설을 하는등「워싱턴」에서 가장 바쁜「칼럼니스트」중의 한사람으로 알려져 있는데 구체적으로 기고나 출연의 횟수가 얼마나 되는가?
▲윌=신문에는 1주일에 2회씩 고정「칼럼」을 쓰고 있으며 역시 1주일에 2회의 TV해설을 하고 2주일에 1회씩「뉴스위크」에 고정「칼럼」을 쓰고 있다.
따라서 내가 1년동안 고정적으로 하는 일은 신문용「칼럼」 1백4회, TV해설 1백4회, 「뉴스위크」「칼럼」26회등으로 나는 1년에 총 2백34회의「마감시간」에 쫓기는 셈이다. 이밖에도 초청강연·회의참석·여흥등이 따르기 때문에 사실상 한가로운 시간은 거의 없다.
김=당신「칼럼」을 정기적으로 게재하는 신문수는 얼마나 되는가?
윌=「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해서 세계3백25개 신문이 나의「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이중 대부분은 물론 미국신문들이다.
김=수입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윌=그건 비밀이다. 다만 바쁘게 일하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흡족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말할수 있는다. 좀더 정직하게 말하자면 내가 가질 수 있는 어떠한 단일직장의 고정월급보다 지금의 수입이 훨씬 많다.
김=「칼럼니스트」들이 미국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어떻게보면「칼럼니스트」는 미국사회가 만들어낸 특이한 존재같기도 한데….
▲윌=그렇다. 「칼럼니스트」는 미국이라는 사회구조가 만들어낸 독특한 존재들이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땅이 넓어서 전국지가 없기 때문이다. 영국이나 한국같은 나라는 땅이 좁아 전국지가 가능한 곳이므로「칼럼니스트」라는 존재가 거의 필요없게된다.
김=미국내에서 「칼럼니스트」의 사회적 신분은 대단히 높다. 우스운 현상이지만 과거 미국사회에서 일반대중의 인기를끄는 사람은 「할리우드」의 「스타」가 고작이었지만 이제는 「워싱턴」의 정치인들과 이들의 활동상을 보도하는「칼럼니스트」들도 많은 유명세를 몰고 있다.
김=「워터게이트」나「코리아게이트」를 거치는동안 미국언론이 너무「센세이셔널리즘」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당신의 견해는?
▲윌=나는 미국언론을 나무라고 싶지 않다. 미국의 대통령이「빌딩」내에 도청장치를 하도록 방관하고 이상한 돈을 받거나 범죄행위에 관련된 사람들을 백악관내에 데리고 있었다는 사실은 정말 큰「뉴스」였다.
이 이상 더 「센세이셔널」한 「뉴스」가 또 어디 있단말인가?

<다시 태어나도 이직업택해>
김=「칼럼니스트」로서의 당신의 자화상은 어떤것인가? 지금의 직업에 만족하는가?
▲윌=아주 만족한다. 나는 대학교수도 해보고 정치에 관여도 해 보았지만 지금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을 갖고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를 위해 일하고 있으며 내가 조사·연구해서 쓴「칼럼」을 누가 사겠다고 하면 이를 팔기만하면 된다.
김=당신은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칼럼니스트」를 직업으로 택할것인가?
▲윌=물론 그렇다. 만일 내가 죽은 뒤 신이 찾아와서『「조지」, 너에게 또다시 생명을 부여할 예정인데 이번엔 무엇이 되기를 원하는가』라고 묻는다면 나는『전생에서와 같이 「워싱턴」근교에 조그만 집한채를 갖고 있으면서 신문·잡지에 「칼럼」을 쓰고 TV해설을 계속하고 싶소』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것이다.
김=오늘날 미국신문기자들의 자질이나 능력을 어떻게 보는가?
▲윌=현재 미국 대신문의 기자가되기 위해선 엄격한 심사와 격심한 경쟁을 뚫어야만 한다. 역설적인 얘기지만「워터게이트」사건은 미국신문기자들의 질을 높인 좋은 계기가 되었다.
기자의 자질이 향상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김=「뉴스」보도의 실제문제에 들어가서는 왕왕「국가안보」와 「언론자유」라는 두 개념이 충돌할 때가 있다.
가령 월남전때 국방성기밀을 보도한 「펜터건·페이퍼」사건때만 해도 이런 논쟁이 몹시 거세게 일지 않았는가?

<국가라는 실체는 존중돼야>
▲윌=미국헌법은 의회가 언론자유를 제약하는 어떠한 법률도 제정할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언론자유의 극치를 향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자유는 무질서한 외설같은게 판을 치도록 방치하는 자유가 아니고 문화적이고 민주적인 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모든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데 근본적인 뜻을 두고 있다.
국가의 안보를 위태롭게하는 경우는 당연히 언론의 자제가 필요하며 국가라는 실체는 존중돼야한다. 따라서 기자는 기자이기전에 먼저 훌륭한 시민이어야한다.
만약 내가 신문사의 총책임자였다면 나는「펜터건·페이퍼」를 신문에 게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개발도상국들의 언론의 역할은 무엇이며 이들 언론이 가야할 길은 무엇인가?

<「펜터건·페이퍼」안실어야>
▲윌=말할 필요도 없이 개발도상국들은 더많은 언론자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정부나 기관은 「테스트」를 받지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많은 후진국지도자들은 정치적인「페어·플레이」를 두려워하고 언론의 비판을 멀리하려는 습성이 있다.
정부가 갖고 있는 것은 경찰·군대·법원등 막강한 것들이지만 언론이 갖고 있는 것은 「잉크」뿐이다. 그러나 정부가 언론자유를 짓누르거나 언론이 자유를 얻으려는 노력을 하지않는 나라는 장기적으로 볼 때 불행하고 위험한 나라가 될 것이다.
김=당신이 보는 좋은 신문은 무엇인가?
▲윌=미국에서는 「워싱턴·포스트」「월·스트리트·저널」「뉴욕·타임스」「로스앤젤레스·타임스」등이 훌륭한 신문들이며 영국의「더·타임스」, 독일의「디·벨트」도 좋은 신문으로 꼽고싶다. <워싱턴=김건종특파원>

<조지·월>
▲「일리노이」주 「샴페인」출생(38세)
▲「트리니티」대 (「코넥티커트」주), 「옥스퍼드」대(영국)졸
▲67=「프린스턴」대 정치학박사.
▲67∼69=「미시간」주립대·「터론토」대(캐나다)서 강의
▲70∼72=「고든·앨러트」상원의원 보좌관
▲73∼75=「내셔널·리뷰·매거진」「워싱턴」편집장
▲74이후=「칼럼니스트」 및 CBS, NBC-TV해설담당
▲77=「퓰리처」상수상(논평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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