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후보 사퇴 아니라 피살이다 … 이제 비겁한 포퓰리즘과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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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사퇴에 대해 보수진영에서는 제대로 된 자질 검증이 아니라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에 희생당한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실망했다는 반응도 터져 나오고 있다.

 보수계 원로들은 특히 악의적 보도로 인해 호도된 여론이 국가적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오히려 보도의 실체를 파악하고 청문회를 열자는 여론이 높아지는 시점에 문 후보자가 자진 사퇴해 더욱 안타깝다는 반응이었다.

 서경석 선진화시민행동 상임대표는 2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보수계에서는 청와대나 정치권은 물론 국민도 진실에 입각해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이라며 “청문회를 보고서도 국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때 가서 사퇴든 지명 철회든 하는 것이 맞는데, 그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아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또 “박 대통령이 옳다고 믿는 길은 소신과 신념을 갖고 나아가길 바란다”며 “이런 억울한 상황에서 그대로 물러나 버리면 우파 세력의 지지마저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은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 글을 올리고 “문 후보자의 사퇴는 사퇴가 아니라 피살(被殺)이었다”고 비판했다. 또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싸움의 표적은 왕년의 우파 매카시즘 못지않은 좌파 매카시즘, 저질 언론, 새누리당 웰빙 족속들, 이들의 이익 카르텔,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비겁한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언론인회 정운종(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사무총장은 “문 후보자는 개인적 비위나 부정부패 등 다른 하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언론의 의도된 악의적 보도와 이를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확대 재생산하거나 여과 없이 전달한 다른 언론들의 보도로 인해 억울하게 낙마당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여론이 악화되자 역시 확인도 않고 압박을 가한 정치권도 문제”라고 말했다. 또 “문 후보자의 발언 동영상 전체를 보면 반민족주의자나 친일파로 매도당할 부분은 없는데, 거두절미하고 오해할 만한 부분만 골라 보도한 것은 문제가 크다”며 “언론계 전체가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문 후보자의 낙마와는 별도로 사퇴에 직접적 원인이 된 언론 보도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인사청문회 개최를 촉구했던 각계 인사들은 다음 달 1일 오후 KBS 본관 앞에 모여 규탄대회를 열기로 했다. 수십여 개 단체가 이미 참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규탄대회에서 왜곡 보도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할 계획이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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