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영화」기준에 모순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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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영화제작자협회(회장 김태수)가 마련한 제1회 영화 「세미나」가 『전환기의 한국영화』란 주제로 20일 서울수유동「아카데미·하우스」서열렸다. 10년만에 전성기를 맞은 한국영화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위해 마련된 이「세미나」에서 발표된 주제는 『잃어버린 관객을 되찾게 될것인가』(이근삼·서강대교수), 『무엇이 우수영화인가』(최순호·연세대교수), 『영화의 예술성과검열』(손세일·언론인)등.
이근삼교수는 성인영화를 통해 영화기업의 기틀을 잡는 한편 청소년들을 위한 영화도 만들어 훗날 영화를 즐길수 있는 관객층 형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영화육성을 위해 극장시설개선과 증설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입장료를 현실화하고 공연장 규제를 완화해야 할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극계를 위해 당국이 공연장을 제공하듯 제작자들의 자금지원과 당국의 협조로 영화를 위한 극장마련도 바람직하다는것. 그러나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영화계 자체내의 상호불신을 일소하고 영화를 아끼는 애정을 길러 관객들로하여금 영화인들이 참다운 예술인이란 인식을 갖게해야 관객이 영화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정호교수는 영화를「산업적규모의 예술」이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예술성보다는 흥행성·오락성이 영화의 본질적인특성이라고 지적했다.
최교수는 당국이 요구하는 「우수영화」와 이런 영화의 특성이 어떻게 공존하느냐에 문제가 있다면서 「우수영화」의 기준만을 고집하기에 앞서 영화일반의 본성인 흥행성·오락성의 원리를 따르고 존중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우수영화」가 요구하는 교육성·계도성·도덕성이 흥행성·오락성·예술성속에 감싸여 이어야지 「우수영화」의 특성만을 요구하다보면 그때문에 영화자체가 죽게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또 우수영화 심사제도도 일단 일반개봉을 한뒤 심사하는것이 바람직하며 현제도처럼 미개봉의 영화가 대상이 된다면 제작자들은 관객을 의식하기 보다는 사사로운 심사위원의 눈만을 의식하는 「난센스」가 빚어진다고 했다.
손세일씨는 현행 검열제도가 공륜의「시나리오」심사와 그 심사를 통과한 「시나리오」에따라 제작한 영화를 다시 검열하는 2원제를 취하고 있다며 이것이 영화의 질적향상에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했다.
또 검열은 작품 전체를 놓고 판단하지 않고 부분부분에 지나치게 규제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 예로 우수영화로 선정된 『망명의 늪』이 화면삭제8, 화면단축5, 대사삭제4의 제한조치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검열기준의 모호성을 보완하는 길은 검열자의 고도의 양식과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며 영화인 스스로도 진지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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