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그 수급과 가격을 점검한다.<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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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민가계에 가장 밀접한 일용품류는 여전히 부르는게 값이고 똑같은 물건이 동네마다 값이 다르다.
품질도 크게 나빠져 지난한햇동안 YWCA 소비자고발 「센터」 에 접수된 일용품 고발건수가 4백42건으로 77년의 2백24건보다 갑절이 늘어났고 값을 올려줬어도 오랜 품귀를 빚어온 세탁비누·운동화등은 여전히 구하기가 힘들어 이래저래 소비자만 골탕이다.
지난해10월 14·4%를 올려준 세탁비누(5백50g 짜리) 는 독과점품목에서 해제되면서 다시 14·9%를 올려 소비자가격이 1백45원으로 책정됐으나 실제 가게에서 파는 값은 1백7O원.
이값에도 「무궁화」나 「동산」등의 일류 「메이커」의 제품은 5개에 1개꼴로 귀한 형형편이고 군소 「메이커」 제품만 다소 늘었다.
그나마 「메이커」 들이 채산을 핑계로 값싼 저질우지를 사용하거나 중량을 늘리는 수단으로 채 건조되기도 전에 출고(1개에 약50g의 차이가 난다)하는 바람에 거품이 잘일지 않고 쉬닳아없어져 열흘쓰던것이 1주일도 채못넘긴다고 주부들은 짜증이다.
세탁비누는 늘어나는 수요와는 반대로 지난 한햇동안 생산량이 오히려 2·4%가 줄어 품귀를 빚어왔으나 「메이커」 측은 주원료인 우지값(t당 5백40 「달러」 선) 이 5백 「달러」 이하로 떨어지기전에는 여전이 적자생산임을 주장하고 있어 올해도 빨래비누 파동은 해결될 기미가 없다. 수지가 안맞는다고 세탁비누 생산을 중단한곳도 있다.
신발가게에 가보면 정작 손님들이 많이 찾는 학생용 운동화나 고무신유는 없고 1천원 이상하는 「케미슈즈」 등만 잔뜩 쌓여있다.
소·도매상들이 잘 팔리는학생용 운동화 1「박스」 를 대리점으로부터 얻어내려면 단가가 높고 잘 팔리지 않는 이것들 2 「박스」 씩을 끼워 사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장은 「메이커」 이 소비자들의 수요량과는 관계없이 이윤이 박한 제품은 적게 만들고 후한 물건은 안팔려도 많이 만들어 중간 상인들에게 떠맡기는데서 비롯된다.
7백원하던 운동화(공장도4백90원)가 지난 가을 신학기때는 1천3백원까지 올랐었고, 특히 신발가게의 영세성으로 인해 동네마다 값이다르다.
신발 「메이커」 들은 이같은 가격혼란이 유통업자들의 장난이라는 주장아래 유통질서를 바로 잡겠다고 운동화에「8백20원」으로 가격표시를 해 출고하고 있다.
그러나 소·도매상의 주장은 「메이커」 가 소비자가격을 표시한 학생용 운동화등 5개품목을 표시전보다 오히려 출고량을 줄이는 한편 가격표시를 하지 않은 기타 고가품목을 증산, 대리점을 통해 강제로 떠맡기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해 생산량이 전년대비18·3%나 줄었던 여자고무도 종전 7백원하던 것이 4백40원으로 표시돼 숫자상으로는 가격이 크게 내렸으나 한번도 가격표시된 제품을 받아본 일이 없다는게 남대문시장 어느 도매상의 주장이고 가격표시없는 고무신들은 여전히 7백원에 팔리고.있다.
가정용 백열전구는 1백원에서 l백2O원으로 올랐으나 나빠진 품질은 여전해 툭하면 끊어지기 일쑤다. 특히 등「커버」를 씌우는 「아파트」용 등등은 갈아끼우는 일도 쉬운일이 아니다. 그래서 외제는 1개 3백원∼4백원이나 하지만 국산보다 훨씬 오래 쓸수있고 또 갈아끼우는 불편이없어 아예 외제를 사서 쓴다는 것이다.
형광등의 경우 가격현실화로 공급애로가 풀려 소비자값이 1천원에서 7백원으로 떨어진 것 으로 되어 있으나 변두리에 나가면 1천원이상을 줘야 살수 있다.
원가압박을 이유로 품질을 떨어뜨려온 화장지는 90원에서 1백10원으로 값이 오르자 다소 물건이 많이 나오나 두루마리의 폭이 좁아지고 길이가 짧아지는등 나빠진 품질은 여전하다.
「펄프」 의 국제가격이 지난한햇동안 55·6%가 뛰는 바람에 종이값도 평균 20%이상이 올라 1백원짜리「노트」가 어느새 38장에서 30장으로 줄어들어 실제가격은 27%가 인상된 셈이다.
비교적 안정되었던 화장비누값은 현재 80원에서 인상을 신청중이고 합성세제도 원료인 「알킬·벤젠」 값의 폭등으로 조만간 오를 전망이다. 일용품류는 중소기업에서 많이 공급하고 있어 시설용량이 모자라고 노후화되어 있는데다 유통과정이 구멍가게에 까지 뻗혀있어 가격혼란이 심하다.
여기에다 「메이커」 들은 그들대로 계속 수지가 안맞는다는 주장이고 보면 올해도 일용품류의 수급전망은 밝은편이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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