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눈물 없는 아톰 안타까워 감정로봇 착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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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처럼 두 발로 걷고 희로애락을 느낄 줄 아는 존재를 만들어내는 일은 인간의 오랜 꿈이었다. 메리 셜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1818)의 괴물이나 동화 『피노키오』(1883)의 나무인형은 로봇의 원조격이다. 이후 나온 영화나 소설은 모두 ‘인간과 닮은 생명체’를 만들고 싶어한 인간의 오랜 욕망을 담은 변주들이다.

 국내에 소개된 로봇 영화의 시초는 ‘우주소년 아톰’이다. 아톰은 만화 속에선 머나먼 미래인 2003년 4월 7일 일본 신주쿠에서 과학자 텐마 박사가 교통사고로 잃은 아들을 대신할 존재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텐마 박사의 변심으로 서커스단에 팔린 아톰은 ‘로봇의 인격’을 믿는 오차노미즈 박사의 도움을 받아 지구의 평화를 위해 초능력을 쓰는 로봇이 된다.

 이런 아톰의 콘셉트는 세계 최초의 2족 보행 로봇 아시모, 감정로봇 페퍼 등으로 이어진 일본 로봇의 계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페퍼를 공개하면서 “아톰이 울 줄 모른다는 점이 안타까워 감정 로봇에 착안했다”고 밝혔다. 할리우드 영화 A.I(2001년)도 아톰의 콘셉트를 차용했다. 냉동 치료 중인 아들을 그리워하는 인간 부부에게 입양되지만 결국엔 버림받고 떠도는 소년 로봇 데이비드의 여정을 그렸다.

 할리우드 영화들에선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를 좀더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들의 고민, 로봇의 도덕성, 로봇의 사랑 같은 철학적이면서도 머지않아 인류가 고민해야 할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특히 아이작 아시모프의 과학소설(SF)을 원작으로 한 ‘바이센테니얼맨’(1999), ‘아이로봇’(2004)은 로봇의 인격과 감성을 다룬 대표적인 영화로 꼽힌다.

 그런가 하면 로봇들의 반격을 다룬 영화도 많다. 고전은 아서 클라크의 소설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영상으로 옮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속 인공지능 컴퓨터 할(HAL)이다. 목성 탐사선 디스커버리호를 제어하는 컴퓨터 할은 결국은 자신의 기능을 정지시키려는 승무원들과 적이 되고 만다. 할이 육체 없는 컴퓨터였다면, 터미네이터 속 로봇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줄 아는 인공지능의 물리적 파괴력을 각인시킨 영화다.

 최근 화제가 된 영화 ‘그녀’는 2025년 여성의 정체성을 가진 컴퓨터 운영체제(OS)인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육체 없는 대상과 이성적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싶지만, 빅데이터를 굴려 학습할 줄 아는 사만다는 여느 로맨틱 영화 주인공 못지않은, 완벽한 ‘그녀’로 등장한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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