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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과학축제들] 4월 20일은 과학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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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0면

과학의 날(4월 20일)이 가까워져야 정부와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주최하는 각종 행사가 곳곳에서 벌어지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선진국은 다르다.

1년 내내 과학축제가 벌어지는가 하면, 정부가 아니라 기업들이 앞다퉈 과학행사를 지원한다. 선진국들의 과학축제 내용과 담긴 의미를 알아봤다.(편집자)

캐나다 캘거리에서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약 50개 기업.기관이 후원하는 행사가 열렸다. 후원사 중에는 우리에겐 낯선 기업들도 있지만 세계적인 정유회사 BP, 통신업체 노텔, 캐나다 서부를 무대로 하는 항공사 집에어라인스 등도 끼여 있다.

이 행사는 '캘거리 청소년 과학 축전'이다. 우리로 치면 초등학교 5학년에서 고3까지의 학생들이 나름대로 궁리한 과학 주제를 연구해 결과를 발표하고, 우수한 것을 가려 상을 주는 행사다.

매년 열리는 이 과학축전은 이름 앞에 '캘거리'가 붙는 데서 알 수 있듯 전국이 아니라 캘거리시의 학생들이 참가하는 지역 행사다. 그런데도 유수의 기업들이 후원하는 것이다.

주최 측은 "대부분의 후원 기업이 회사의 이름을 딴 상을 준다"면서 "상을 통해 미래의 과학 영재들과 일찌감치 접촉한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42회째인 이 행사에는 1천여팀이 연구 결과를 내놨다.

캐나다에서는 3~4월에 이런 행사가 전국 90여곳에서 벌어진다. 5월에는 각 지역에서 뽑힌 학생들의 연구 작품을 모은 전국대회가 열린다.

전체적으로 수만명의 학생이 과학 축전에 작품을 내는 데다, 발표.전시를 구경하는 사람들까지 몰려 그야말로 과학의 물결이 전국을 휩쓴다.

캐나다의 과학축전이 학생들의 연구 경연인 반면, 영국의 에든버러 국제과학축전은 청소년들이 놀면서 과학을 배울 수 있는 '과학 놀이터' 성격이 짙다.

4m 크기의 모형 콧속으로 들어가 담배로 인한 피해를 관찰하고, 50만배로 확대한 인간 체세포 안을 돌아다니며 생물 공부를 하는 식이다. 또 과학 원리를 이용한 마술 쇼 등 2백여 이벤트가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올해는 4월 11일부터 22일까지 열린다. 경연대회도 준비됐다. 각자가 고안한 '물에 뜨는 신발'을 신고 물 위에서 40m를 누가 빨리 가나 하는 것이다.

2천파운드(약 4백만원)의 상금이 걸려 있고, 최고 기록은 기네스북에 올라간다. 역시 기네스협회가 공인하는 각설탕 높이 쌓기 등도 벌어진다.

1989년부터 매년 벌어지는 이 행사에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12만2천명이 다녀갔다.

행사는 비영리단체인 '에든버러 과학축전 위원회'가 준비한다. 위원회의 폴린 멀린 홍보담당은 "과학이란 재미있고 유익하며 미래를 펼쳐주는 도구라는 인식을 지구촌 시민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축제의 목표여서, 비영리단체가 이를 추진한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한해 내내 전국에서 과학 행사가 열린다. 대표적인 것이 정부 기관인 '대화하는 과학협회'가 주최하는 과학축제다.

해마다 물리.생명과학 등으로 분야를 정한 뒤 각 도시를 돌며 전시회.공연.과학강연.과학 퀴즈 쇼 등을 한다. 지난해엔 1월 베를린, 4월 라이프치히, 6월 쾰른, 8월에는 브레멘에서 행사가 있었다.

호주의 수도 캔버라에도 국제 과학 축제가 있다. 컴퓨터 게임을 통해 가상으로 동물 복제 실험을 하고 기상 이변을 일으켜 보는 등 현대 과학의 쟁점들을 체험하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는 8월 16~24일에 열린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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