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베트남전 이후의 아시아<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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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공의 「베트남」에 대한 개전명분은 징벌과 교훈이지만 다분히 과거의 조공국에 대한 대국주의가 그 밑바닥에 깔려있다.
이싸움으로 중공은 전쟁의 명분도, 전략적 목표도 완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국제적으로 「종이호랑이」임을 보증하고있다.
뿐만 아니라 대내적으로도 실무파와 급진파간의 암투심화와 당면과제인 근대화 작업에 중대한 수정을 가할 가능성이 커졌다.
중공·「베트남」전쟁이 중공내부에 미칠 영향을 다음과 같이 나누어 볼수 있다.
첫째, 국방근대화에 우선을 둘 가능성이다. 이번 전쟁은 중공의 군사적 낙후성을 여실히 증명했다. 「베트남」이 30년동안의 독립전쟁경험과 미국의 우수한 현대무기를 유산으로 받았다는 강점도 있었지만 중공은 지난65년 이후 군사제도를 개혁하여 군의 계급을 폐지하고 모택동의 전략사상에 따라 무기와 장비의 개발·보완보다는 사상·정치교육을 중시해왔다.
등의 실무파에서는 대미접근을 통해 경제발전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군부일각에서는 대소협력관계를 통한 군사현대화를 주장하는 「그룹」이있다. 이번 전쟁의 결과 군수산업·국방산업을 위한 중공업육성에 더욱 중점을 하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둘째, 집권층 내부에 심각한 의견충돌이나 암투가 예상되나 현 판도를 뒤엎고 등이 실각할 사태로까지 발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등은 재집권후 군부를 포함한 권력구조내에서 반대파를 대거 몰아냈기 때문에 4인조같은 급진파의 도전을 크게 우려할 이유가 적어졌다.
그러나 수상 화국봉과는 비교적 냉랭한 관계에 설것으로 보인다. 지난해12월 중앙위에서 화지지파인 왕동흥의 세력이 축소되었기 때문에 현재 화가 반격을 시도할 시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셋째, 중공내부, 대중사회에 솔솔 불기 시작한 자유화 분위기는 상당히 경화될 조짐이다.
이것은 지난 7년 백화제방이후 중공사회가 경직현상을 보었던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그동안 벽보에서 민주주의가 표현되었지만 이번전쟁이 시작되면서 그러한 대자보는 금지되었다. 이러한 경직화움직임 가운데는 중공젊은이들의 도시집중화 현상을 규제할것도 예상된다.
넷째, 중공의 대외정책변화의 가능성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중공의 영향력과 설득력을 높이 평가해 한반도의 균형을 취하는 정책을 기본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공은 만만케봤던 「베트남」에 당함으로써 그 영향력 행사에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 따라서 북한은 더이상 중공을 두려워하지 않을것이고 이에따라 소련의 발언권은 그만큼 강해질 것이다. 결국 이번전쟁의 결과는 현재의 한반도평화유지방식에 「역작용」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커졌다.
소련은 중공을 응징할방법을 모색할것이나 미국과의 「데탕트」정책과현안전략무기제한협상(SALT)등의 문제때문에 손쉬운 남주나 신강생공격을 주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전쟁으로 「베트남」과 더욱밀착, 「인도차이나」에 대한 교두보를 더욱 강력하게 구축했기 때문에 중공의 대외정책은 그만큼 제약을 받게 될 것같다. 김일평<미국코네티커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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