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한국거류민단(45)>EXPO70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1967년5월 나는 본국정부 요로의 권유에 따라 김금석 등과 함께 민주공화당에 입당했다.이어 6월12일 민단장직을 사임하고 민단의 일선에서 물러났다. 정당 활동을 하는 사람은 민단의 간부가 돼서는 안된다는 소신에 따른 것이었다.
그 이래 나는 민단의 고문으로서 오늘날까지 후견적인 입장에 있다. 따라서 67년5월 이후 민단의 활동에 관해서는 내가 이야기할 바가 못된다.
그러나 비록 내 자신 현장에 있지 않았다해도 나와 관련된 사건이 적지 않으며 또 오늘날 민단의 실상을 밝히는데 도움이 될까하여 중요한 사건만을 간추려 소개하기로 하겠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당시의 주역들이 얘기 할 기회가 있으리라 믿는다.
내가 단장을 사임한 뒤 이유천씨가 새 단장에 선출되었고 이씨 다음에는 이위원씨가 단장을 맡았다. 이 시기의 민단 활동에서 특기할만한 것은 영주권신청 촉진운동과 만국부관회 후원사업이다.
재일동포의 영주권 신청은 상대적으로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확인하는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민단의 영향력을 가늠하는데 절대적인 중요성을 갖는 것이었다. 이에 민단은 69년10월17일 제15회 중앙위원회에서「영주권 신청 촉진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기로 결의했다.
민단은 이 사업을 3단계로 나누어 69년 말까지는 민단의 전직원, 70년3월15일까지는 전 민단원, 그리고 71년1월16일까지는 모든 재일동포가 영주권 신청을 하도록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민단은 요원들로 하여금 동포들의 집을 가가호호 방문케 해서 설득에 나서는 한편 유세반을 편성하여 순회 강연을 하기도 했다.
조총련은 민단의 영주권 신청「캠페인」에 당황하여 온갖 방해를 다 했고 일본정부 또한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는 등 애로는 적지 않았다. 그러나 민단은 끈질기게 동포들에게 파고들어 예상치 못했던 성과를 거두었다.
최종집계에 의하면 민단·중립계·조총련계를 가릴 것 없이 재일동포 유 자격자 55만9천l백27명중 68%인 35만9백22명이 영주권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민단이 전 재일동포의 3분의2 이상을 포괄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으로서 민단 간부들조차 믿기 어려운 사태였다. 정녕 조총련에 소속된 동포는 전체의 32%밖에 안되고 나머지는 모두 민단계인 대한민국 국민이란 말인가. 민단의 사기는 충천했다.
그동안 민단은 조총련의 세력에 눌려 소수파의 입장을 벗어나지 못했었다. 한참 열세에 있을 때는 민단계 재일동포가 전체의 20%밖에 안되었다. 영주권 신청사업은 종래의 세력판도가 완전히 역전되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한편 1970년3월15일부터 9월15일까지 6개월 동안「오오사까」(대판)에서「아시아」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만국박람회(EXPO70)가 개최되었다.
민단은 동경「올림픽」대회의 예를 따라 재일한국인 만국후원회(회장 이희건)를 구성하고 본국 지원사업을 벌였다. 본국 정부는「엑스포」70을 이용하여 발전하는 한국의 모습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방대한 예산을 들여 한국관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후원회는 50만「달러」모금운동을 벌여 한국관 건립을 도왔다.
본국 가족 초청사업도 동경「올림픽」의 경험을 살려 훨씬 큰 규모로 추진되었다. 후원회는 6차례에 걸쳐 모두 9천7백10명의 본국 가족을 초청하여 만박을 참관시켰다.
그런데 이와 같은 성공적인 활동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는 또한 민단이 전에 없이 위기에 몰린 때이기도 하다. 이유천·이희원 단장 시절은 흔히 민단조직의 수난시대라고 불린다.
이렇게 된 원인은 소위「베트콩」세력이 클대로 커져서 아무도 그들을 억제할 수 없게된데다 이를 틈타 조총련이 맹렬한 침투공작을 벌였던 때문이다.
나는 단장직을 내놓은 뒤 당시 부단장이던 장총명씨를 단장으로 밀었었다. 그러나「베트콩」파는 이유천씨를 밀어 단장으로 당선시키는데 성공했다.
민단내의 이러한 움직임을 소상히 알고있는 조총련이 기회를 놓칠리 없었다. 민단 내에 「프락치」를 넣어「사보타지」를 조장하고 「베트콩」파 내의 용공분자와 접선하여 자금을 대 주고 난동을 교사하였다.
조총련은 중앙상임위원회 산하 정치국내에 수많은 특수공작 부서를 두고 있었다. 민단파괴 공작은 정치국 제2부 민단 및 내주자(한국에서 일본에 온 사람) 공작반에 의해 수행되었다.

<계속>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