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 조난은 연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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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전=박병석 기자】속보=동격렬비열도 약초채취꾼 조난사고를 수사중인 서산 경찰서는 등대수 지희만씨(45)가 경찰에 보낸 구조요청은 지씨와 약초상 이정호씨(55)가 사전에 짠 각본에 따라 빨리 귀항하기 위한 조작극으로 밝혀내고 12일 약초상 이씨와 등대수 지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와 지씨는 평소 친분이 두터운 사이로 이씨가 약초채취를 위해 출발하기 10일 전인 지난해 12월15일 충남 서산군 안흥항 부근 술집「속초집」에서 만나 1월18일 이후 연기로 신호를 보내면 배를 파견하는데 적극 협조키로 약속했다.
지씨는 지난5일 이씨 일행이 연기를 피우는 것을 확인, 약속대로 등대에 설치된 무선전화로 안흥 우체국에 연락하여 타고 갔던 해성호 선주 박청일 씨에게「배지급도착·가오리섬·이경호」라는 암호전보를 쳤다.
이때 박씨는 마침 선박 구입차 여수로 떠나 출항하지 못했다.
7일 다시 연기가 피어오르자 지씨는 다시 안흥항에 있는 제비3호 선주 김대옥 씨에게 같은 내용의 전보를 쳤으나 김씨는 심한 풍랑 때문에 출항하지 않았다.
두 차례의 전보에도 배가오지 않자 지씨는 안흥 우체국에『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동격렬비열도에서 긴급구원을 요청하고 있으니 경찰에 알리라』고 연락, 경찰이 약초상들의 구조에 나서도록 했다.
한편 지씨는 군산 해운항만 관리청에서 4일 상오 안흥지서에「봉화이상·김대옥씨 제비3호를 가오리 섬으로 보내줄 것」이라는 내용을 무선으로 타전했으나 서산 경찰서 안흥 지서가 3일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7일 상오 9시 지서주임과 다시 통화, 그제서야 배가 왔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의 조작극이 들통난 것은 전문이 단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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