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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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작년 12월의 「방콕」 「아시아」 경기대회결과 육상· 수영 등 기본종목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되더니 최근에는 한국 「마라톤」 을 재건하자는 후원회가 결성돼 체육계와 일반국민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마라톤」하면 2O여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국민의 향수가 깃들인 하나의 민족 「 스포츠」였다.
l932년 일제하의 제10회 「로스엔젤레스」세계 「올림픽」서 일본선수단으로 출전한 우리의 김은배선수가 6위, 권태하선수가 9위를 차지해 일본선수들을 물리치더니 1936년의 제11회 「베를린」 「올림픽」서는 손기정선수가 당시 처음으로 2시간30분대의 벽을 깬 2시간29분19초2의 최고 기록으로 우승하고 남승룡선수도 3위에 입상, 일제에 신음하던 우리 민족에게 희망과 함께 한민족의 우월감을 심어 주었다.
또한 이 때 손선수의 가슴에 달린 일장기를 신문에서 말소한 사건은 가물거리던 당시의 항일정신을 북돋웠던 하나의 큰 사건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8·15 해방후 1946년의 제51회 「보스턴」 「마라톤」 대회서 서윤복선수가 당당히 우승하고 1950년의 제54회 「보스턴」 대회서는 당시 6년 제의 중학교 학생선수였던 함기용·송길윤과 최윤칠선수가 1,2,3위를 차지해 「마라톤」은 마치 한국의 독점 「스포츠」 인 것처럼 인식됐었다.
그후의 우리 「마라톤」 은 1952년의 제15회 「헬싱키」 세계 「올림픽」대회서 최윤칠선수가 4위, l958년 제3회 동경 「아시아」 경기대회서 이창훈선수가 우승해 한국 「마라톤」의 명맥을 이어 주었다.
그러나 「인내의 완주」 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한국 「마라톤」 은 그후 「스피드」 가 가미된 최신의 과학적인 「마라톤」경기가 전세계적으로 보급되면서 낙후하기 시작, 세계무대는 물론,「아시아」 무대에서조차 왕시의 영광을 찾을 수 없게 됐다.
특히 1972년 「뮌헨」 「올림픽」 이후 「마라톤」 이 장려종목에서도 빠져 출전마저 못하면서 한국의 「마라톤」 은 한낱 추억에 얽힌 민족 「스포츠」로 전락하고 말았다.
반면 일본과 북한의 「마라톤」 온 꾸준한 발전을 거듭해 세계의 이목을 끌어왔고 2시간13분대 이내의 선수들을 수없이 배출해낸 결과 작년의「방콕」 「아시아」 경기대회서는 일본·북한이 l, 2, 3위를 독점하고 말았다. 2시간15분대를 깨지 못해 이 대회에 출전조차 못한 한국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이런 계제에 역대 「마라톤」 대회를 풍미했던 김은배·손기정·서윤복·함기용·최윤칠·이창훈씨 등이 중심이 되어 「마라톤」 재건후원회를 만들었다니 만시지탄은 있으나 환영할 일이라 하겠다.
이들은 이 후원회를 만들어 당장 내년에 열리게된 「모스크바」 「올림픽」 에 2시간 11분대의 선수를 육성, 입상시킨다는 계획이다.
그 방법으로 모두 5천7백여만원의 기금을 모아 4명의 대표선수를 집중 훈련시킨다는 것이다.
개성이 강한 나머지 과거에는 파벌싸움만을 일삼았던 이들 역대 노장들이 단합했다는 사실도 축하할 일이거니와 그 재건 기금의 5천7백여만원이 실현가능성의 액수라는 점에서 체육계에서는 비상한 관심을 갖고있다.
앞으로 기금을 모으는데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많은 협조가 따르기를 바라며 아울러 「마라톤」 재건은 대표선수들만을 집중 훈련시키는 것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저변확대를 이룩해야 한다는 것을 관계당국은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점에서 체육회는 물론 문교당국도 중·고교과정부터 「마라톤」을 육성시켜 단·장기적인 육성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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