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사고처리 상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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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H운수회사에서 사고처리를 맡고 있는 손재웅씨(50)는 회사 안팎에서 상무로 통한다. 명함에도 어엿한 「상무」로 적혀있다.
그러나 손씨의 일자리는 중역실 회전 의자가 아닌 교통 사고 현장이다.
10년동안 사고 현장올 뛰어다닌 손씨는 이 회사소속 1백여대의 「택시」가 일으키는 각종 사고를 조수 한명과 함께 모두 처리한다.
사고 신고에서 현장조사·합의·보상에 이르기까지 담당 경찰관·피해자 가족과 합께 뛴다.
손씨는 전직 경찰관. 일선 경찰서에서 20년 남짓 교통·수사 경찰로 일했기 때문에 웬만한 교통법규와 사고 관계 법률지식은 훤하다.
경찰·검찰·법원·종합병원 창구 등 관계 기관에도 발이 넓다.
손씨는 지난해 행인에게 중상을 입힌 사고를 불구속으로 처리하도륵 했다.
회사 「택시」가 작년 10월18일 새벽 서울 남부순환도로에서 산책길의 행인을 치었다. 피해자는 이 6개가 부러지고 턱 뼈가 으스러진 증상.
현장에 달려간 손씨는 현장조사 피해조사 피의자 조서작성 영장신청에 이르기까지, 교통경찰·사건담당형사와 함께 뛰었다.

<밤엔 문병가 관용호소>
밤에는 병원에 찾아가 운전사에게 관용을 베풀도륵 피해자와 가족들을 설득했다. 영장에는 무단횡단으로 피해자 과실이 큰 것으로 쓰여졌고 전치 4주의 진단서가 붙었다. 손씨의 예상대로 영강은 기각돼 운전사는 불구속 입건 송치됐다.
사건처리상무 손씨의 수완이 빛을 본 것이다. 피해자 이씨(32·봉천동)는 명동 S병원으로 옮겨 전치 6주의 진단을 받았다. 입원후 59일만인 12월15일 병원을 나선 때까지 사고운전사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책임보험에만 가입한 회사측에서 치료비를 갚고 운전사는 위자료 60만원을 서울민사지법 영등포 지원에 공탁하고 합의서를 만들었다.
피해자 이씨는 민사재판의 번거로운 절차가 싫어 위자료로 건 공탁금을 찾고 물러섰다.
「사고처리상무」 (시내 「버스」의 사고처리 담당자는 노선상무로 블린다)는 회사와 차주·운전사가 서로의 이익을 위해 둔다. 대부분의 회사와 차주가 영세해 종합보험(보험로 35만5천3백원·6개월기준)에 들지 못하고 책임보험(보험료 13만9천8백원)에 들어 충분한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데다 차주나 운전사가 수사 경찰에 불려다니는 것이 번거로우며 간혹 사건을 은페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직은 경찰·검찰서기>
이같은 업무의 특수성때문에 전직경찰관이 가강 많고(30%), 운전경력 20년이상의 고참운전사, 법원 또는 검찰의 서기출신도 더러 있다.
서울시내 2백16개 「택시」 회사 중 직영율이 높은 l백여개 사가 이 「사건처리 상무」 를 두고 있다.
소유 「택시」 1백대 선의 큰 회사에서는 상무직함을 준다. 규모가 작올수록 업무부장·업무과장으로 직함이 떨어진다. 대우는 고겅 월급으로 상무가 20만원선.
영업부장· 과장 선은15만∼18만원 선이다. 그러나 사건 수습에 따른 부수입이 있다. 부가가치세 시행전만 해도 사고수습비가 신청하는 대로 현금으로 지급됐다. 그러나 부가가치세 때문에 사점이 달라졌다.「코피」한잔·설렁탕 한그릇값도 관인 영수증 없이는 통하지 않는다.
인명사고보다 단순한 충돌·접촉사고가 일어날 경우 그런대로 재미를 본다. 1천원짜리 접촉사고라도 형사입건되면 운전사가 경찰에 불려 다니느라 귀찮고 벌금을 물게된다.
수리 견적 1만원짜리 접촉 사고라도 형사 입건되면 벌금 5만∼6만원에 면허정지 2O일의 처벌을 받게된다.
이 때문에 운전사들은 「상무」에게 2만∼3만원울 집어 주고 사고를 은폐 처리토록 부탁한다.

<피해자 욕 늘 먹게 마련>
D운수 L장무는 올들어 충무로에서 발생한 인명사고 현장에서 피해자 가족에게· 큰 시달림을 받았다. 피해자인 12세짜리 소녀가 「택시」 경적소리에 놀라 넘어져 손바닥에 가벼운 상처를 입었는데도 보호자인 어머니의 요구에 따라 근처 전문 의원파 S·K병원 둥 종합병원에서 X선으로 진찰하는 등 진찰료만 10여만원이 들었다.
『이상이 없다』 는 전문의의 통보를 받고도 위자료 30만원을 요구했다.
「사건처리상무」들은 희사나 운전사 편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피해자들로부터 눌 욕을 먹는다.
대부분의 「택시」 회사들이 책임 보험에만 들었기 때문에 보상금이 치료비와 합의금의 40%선도 안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사정이 딱한 피해자를 도울 수 없다. 특히 회사 지정병원이 아닌 의료기관에 피해자가 입원했을 경우 의료수가의 차이때문에 시비가 잦다.
최근 들어 자동차 보험의 발달로 사고처리상무의 활동무대가 많이 좁아졌다.
종합보험에 가입할 겅우 보험회사에서 합의 보상·소송까지 맡아 처리해 주기때문이다.
올 1월말 현재 전국 「택시」의 종합보험가입률은 25.5%. 지난해 초 16.1%에 비해 많이 늘었다.
종합보험가입자는 인명사고가 났을 때, 운전사에게 큰 과실이 없을 경우 3주이상 상해도 피해자와 합의된 것으로 간주돼 불구속 처리된다.
그러나 종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영세 「택시」회사들은 배상액이 책임보험(사망 1백만원,부상 14등급에 최고 60만원)을 초과할때 역시 사건처리 상무에게 매달린다.
영세 「택시」회사 (차주) 를 위해 생긴 것이 공제회. 공제 할당금은 개인 「택시」가 대당 윌2만∼2만5천원, 일반 「택시」 3만∼3만5천원. 종합보험이 확대됨에 따라 활동무대가 좁아지고 있는 「사고처리 상무」들은 공제회로 모여 들어 사고현장을 뛰고있다.
서울시 「택시」 조합관계자는 보험제도를 확립해 사고 처리에 따른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원태·최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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