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은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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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어린이에겐 꿈이 있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소중한 것이다. 꿈을 키우고, 꿈을 가꾸게하고, 그리고 그꿈을 이룩해가는 가운데 어린이는 자라고, 나라가 자라고, 그리고 문명이 자라는 것이다.
어린이에게 꿈이 있는 동안은 얼마든지 마음을 놓을수 있다. 어린이에게 꿈을 담뿍 안겨주는 나라가 가장 잘사는 곳이다.
그러나 꿈이라고 다좋은것은 아니다. 그리고 꿈을 어떻게 잘 가꿔나가게하느냐에 어른들의 의무가있고 정치의 기본이 있는 것이다.
『「톰·소여」의 모험』에 등장하는 개구장이 친구들과 같은 서울의 모험소년 5명이 무인도를 찾아나섰다 돌아왔다.
그들의 장비는 대단했다. 반창고·과산화수소·붕대·「워키토키」·톱·10m짜리「나일론」밧줄·철사·「드라이버」·망치·뺀찌·성냥·실과바늘·그물·쌍안경·비옷… 그리고 세계지도
그들의 꿈은 크기만했다. 그들의 목적지는 제주도 남단에 있는 무인도였다는 소식이다. 인천의 영종도항은 이를 위한 훈련에 지나지 않았다.
「텔리비전」을「제5의 벽」이라 명명한것은 「스위스」의 「워너· 린크스」였다.
그는 우주여행·핵물리학과 함께 TV가 현대를 뒤흔들어놓고 있는 3개의 거대한 힘이라 했다 .
특히 어린이들에게 있어서는 「텔리비전」의 힘은 절대적이다. 무인도를 찾아 나섰단 다섯소년들도「텔리비전」에서본 『15소년표류기』에서 자극받았다고 한다.
어린이에게 미지에의 호기심을키워주고, 모험심을 심어주고, 꿈을 살려주는게 조금도 나쁠턱이없다.
그러나 『15소년표루기』를 본 세계의 소년들은 수없이 많다. 「쥘·베른」이 그 소설을 써낸 이후 얼마나 많은 소년들이 애독했읕까?
그 모두가 우리네 다섯소년처럼 행동으로 옮기려는 충동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거의 모두가 그냥 하나의 꿈으로 마음속에 새겨놓았을 뿐이었다.
그러면 왜 우리네 소년들만이 행동에 나섰을까? 우선 너무나도 지루한 방학이 문제였을 것이다. 모험에의 충동을 달리 돌릴 길이 그들에게는 전혀 없었다.
또한 너무나도 어른들이 무관심했다. 「하고싶은 일을 하려할 때 어른들이 왜이렇게 야단인지 모르겠다』는 한소년의 푸념은 어른들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것이다.
특히 이상한 차림의 어린이들이 인천부두에서 배를타고 영종도로 떠나기까지의 7시간동안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준 어른이 단한명도 없었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모든 도덕의 근원이라는 측은지심이 메말라 있는것일까. 만약 그들을 딱하게 여긴 한 중학생의 따스한마음씨마저 없었다면? 정말로어린이들에게 부끄러운 일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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