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양떼들 최승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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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모처럼의 신정연휴에 국립종축장 운봉지장을 찾았다. 국립공원으로 가꾸고있는 지리산의 기슭, 해발5백m에서 1천여m에 걸친2백10여만평을 차지한 광활한 목장이다.
이 목장엔 10여년간에걸친 우리나라와 호주의 적공이 들어 있다. 무슨 종축장, 무슨 지장하느니보다는 지금도 한·호목장으로 흔히 불리고 있고, 또 그만큼 이 명칭이 일반에게 호감을 주고 있는것 같다.
밝아오는 새해, 모처럼의연휴에 이 곳을 찾은 것은 내나름의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새해가 기미년. 간지로는「양」의 해라고 말하고 있고, 이 목장은 오직 면양만을 기르고있는 것으로 들어 왔기 때문이다. 나 또한 신미생,떼지은 양떼들을 한번은 보고 싶기도 했다.
새해의 연휴에도 아랑곳없이 양떼들을 보살피고있는 박노정지장장과 인사를나누었다.
양떼들도 낯선 방문객을환영이라도 하여 주는듯,그 순한 눈망울을 들어「메메헤」연달아 환호하는 것이었다. 축사에 들어있는놈. 마른 풀의 초원에 나와 있는 놈, 이웃과 볼을 비벼대는놈, 우두커니 서서 먼하늘을 바라보는 놈, 푸름한 새 풀잎에 코끝을 벌렁이는 놈, 이 목장엔 3천5백마리에 가까운 면양들이 있다고 한다.
그동안「양」하면 흑·백의 산양·염소만을 생각했었고, 또한「배양남면일 으로羊은 북한에 잘되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이곳에 와서보니 내 모자람을 새삼 깨닫지 않을수 없었다.
면양에도 그 용도나 번식하는 지세, 안면의 빛,털의 길고 짧음이나 그質, 또는 뿔이있고 없음과 꼬리의 길고 짧음에 따라 여러가지로 나누어 불리고 있음을 알았다. 이곳 목장의 양들은 주로 모육겸용종·구능종·백색종이 아닌가 싶었다.
잠시 두 눈을 감아본다. 지금은 메마른 초지여도, 새봄과 더불어 새풀이 자라나 그 풀잎들이 지리산을 스쳐내린 바람에 물결지어가없이 푸른 초원을 이루고 여기 떼지은 양들이 노니는 광경이 눈앞을 펼쳐든다.
평화롭다. 온순하기만한눈망울이다. 「메메헤」선랑한 울음소리다. 풀잎도 깨끗한 것으로가려 뜯는다는 결벽의 것들, 하루종일먼곳을 돌아다니다가도 꼭꼭 제자리로 돌아든다는 귀소성이 강한 것들, 외부에대한 침노란 아예 생각조차 없는 것들, 한「리더」만을 쫒아 떼를지어 협동하는 양떼들의 미덕을 생각해 본다.
모두들 푸른 초원의 양떼같은 새해였으면 싶다.

<전북대교수· 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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