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클릭] 콜센터 똑똑해 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주부 최영실(44)씨는 최근 모 은행으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고객님, 1년 전부터 사용하지 않고 계신 휴면계좌에 3만여원이 있네요. 은행 나오실 일 있으면 꼭 찾으세요. 아니면 새로운 은행 상품이 있는데 전환하시겠어요?" 상담원의 친절한 말에 끌린 최씨는 결국 은행에 가 새로운 적금 상품 하나를 계약했다.

콜센터가 기업들의 필수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고객들의 주문이나 상담에 응할 뿐 아니라 마케팅 수단으로도 제격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화재사.홈쇼핑 업체들이 잇따라 첨단 정보기술(IT)이 결합된 콜센터를 구축 중이다.

주5일제 시행과 함께 인터넷 뱅킹 비중이 늘어나는 은행권과 금융회사들도 콜센터를 활발히 도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내 콜센터 시장이 5천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콜센터 달라졌다=콜센터란 고객을 응대하는 인터넷.전화.e-메일 등 다양한 채널을 하나로 합친 시스템을 말한다.

초창기 콜센터는 고객이 전화를 걸어 불편한 점을 말하면 이를 해결해주는 수단에 불과했다. ARS(자동응답시스템)가 도입되면서 정형화된 답변을 미리 녹음한 뒤 해당 버튼을 누르면 알려주고, 주민등록번호 등 고객 번호를 입력하면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기도 했다.

하지만 한번 상담원에게 얘기했던 사항을 반복해야 한다든지, ARS 안내에 따라 이 버튼 저 버튼을 누르며 여기저기 돌아다녀야 해 고객들의 불만이 컸다.

하지만 요즘 콜센터는 다르다. 인터넷. 컴퓨터.고객정보와 결합된 종합 솔루션으로 발전한 것이다.

◆첨단 IT와 콜센터의 만남=굿모닝신한증권에 구축된 콜센터에선 상담원이 고객 리스트를 들고 일일이 고객에게 전화를 걸 필요가 없다.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 통화가 연결되면 상담원과 연결해주는 PDS(예측 다이얼링 시스템) 덕분이다.

상담원과 연결되는 동시에 화면에 고객정보가 자동으로 팝업돼 고객의 정보를 보면서 통화를 할 수 있다. 로커스 ESC사업본부 서태열 이사는 "예측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통화를 자동으로 연결해줘 자동 연결률이 97~98%에 이른다"며 "일반 콜센터에 비해 생산성이 2백~3백% 높다"고 설명했다.

동부화재에 3백석, 제일화재에 1백50석 규모로 구축된 콜센터는 고객정보와 연동된 CRM(★) 콜센터다. 한번 통화해 상담한 고객이 다시 전화를 걸어올 경우 자동으로 고객의 이전 구매실적과 상담내용을 알려줘 전화하면서 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신한은행과 대한투자신탁증권은 기존의 콜센터에 인터넷 기능이 추가된 '웹 콜센터'를 구축 했다. 인터넷으로 접속한 고객에게 채팅.음성.영상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상담원이 고객의 웹화면을 직접 안내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데이터나 영상 자료를 전송할 수 있어 전화만으로 하는 상담보다 훨씬 고객들에게 편리하다.

'IP콘택트센터'라고 불리는 첨단 콜센터도 등장했다. 공중전화교환망을 인터넷 기반(IP) 전화망으로 바꾼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IP망을 기반으로 국민카드에 2천석 규모의 초대형 전국통합 콜센터를 구축했다.

IP망을 통해 음성통화를 하면 통신비와 유지보수.운용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기존 전화망 기반 콜센터에 비해 60~70% 수준의 비용으로 운영할 수 있다.

또 여러 지방에 분산된 콜센터를 중앙으로 연결해 한곳으로 모여있는 듯한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상담원들이 인터넷 폰으로 집에서 근무를 하면서도 콜센터에 직접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콜센터는 비디오폰.스마트폰.인터랙티브 TV등 다양한 첨단 매체와 전화망이 결합된 멀티미디어 콜센터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 경쟁력 높여준다=콜센터는 주요한 '마케팅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6백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CJ홈쇼핑의 경우 콜센터의 정보를 이용해 VIP고객에게 결혼기념일과 생일에 꽃다발과 축하 카드를 보내준다.

또 화장품.의류 같은 소모품의 경우 고객들의 구매실적을 데이터베이스화 해 재구매 시점이 되면 카탈로그나 메일을 보내준다. '알림이' 서비스를 이용해 고객의 취향에 맞는 신상품이 나오면 이동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날려 주기도 한다.

CJ홈쇼핑 정보전략팀 김성수 과장은 "전체 통화 중 40%가 구매로 이어지기 때문에 콜센터와 콜센터 상담원이 회사 이미지는 물론 고객 만족도까지 좌지우지한다"고 말했다.

별도의 대리점이나 보험 모집인 없이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해서만 마케팅을 하는 교보자동차 보험의 시장 진입 성공도 콜센터 덕분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동부화재도 지난 겨울 폭설 때 첨단 콜센터 덕을 톡톡히 봤다. 눈길에 자동차가 갇히고 사고가 빈발하자 콜센터 전화가 불이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동시 사용자 6백30회선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 덕분에 2백50명의 상담원들이 통화를 끝내는 즉시 자동 연결이 돼, 콜센터가 다운되지 않고 고객 상담을 해결할 수 있었다.

동부화재 e-사업본부 안명욱 본부장은 "한정된 인원으로 순간적으로 폭주하는 민원을 해결하려면 첨단 콜센터의 인프라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상담원들의 근무시간을 모니터링 하는 것은 물론, 스케줄 관리와 평균 통화시간 산출도 콜센터의 솔루션으로 가능하다. 전화가 많이 몰리는 시간이나 날짜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상담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정해줄 수도 있다.

로커스 정상희 마케팅 과장은 "콜센터의 인력관리 솔루션을 활용하면 고객의 상담원 운영효율이 2배 이상 늘어나고 인력 비용을 30~7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