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용지의 배치 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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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장을 합리적으로 배치하여 한정된 국토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국토가 협소한 우리나라로서는 매우 절실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수도권의 인구 과밀화를 막고 지역간 발전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이 문제는 시급한 현실문제다.
지난주 상공부에서 마련, 현재 서울시 당국과 이견 조정중인 공업 배치법 시행령의 귀추는 그런 의미에서 큰 관심의 대상이 될만하다.
이 안은 관계 당국자간의 이견이 해소돼야 확정될 것이지만, 예정대로라면 내년 4월1일부터는 공업배치의 기본법인 공업 배치법이 시행됨으로써 지금까지 주로 건축법(44조)에 의해 규제되었던 각 공장의 신·증설은 입지별로 엄격한 규제를 받게된다.
우선 서울시와 강북 수도권 지역의 공장들은 늦어도 오는 86년까지는 이전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고, 다른 지역의 공장들도 업종별 원 단위에 입각해서 과다 점유용지는 처분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되어있다.
공업 배치법의 제정 목적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공장용지의 효율적 이용과 수도권의 인구억제에 있다.
서울시의 인구는 이미 7백80만명을 넘어 80년대 초엔 9백만명, 86년에는 1천1백3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수도권 지역의 공업 생산액은 전국의 40%(75년 말 현재 46%)를 넘고 있을 만큼 수도권은 이상 비대해졌다.
이것을 86년까지 인구는 76년 수준인 7백만명으로, 공업 생산액의 비중은 30%이하선으로 끌어내리겠다는 것이 정부의 전략목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토 이용 면에서 보더라도 10만 평방㎞도 채 안 되는 땅에 70%가 산지이고 나머지를 주거지·경작지·공장 입지로 이용하고 있는 터이니 공장의 질서있는 배치와 입지의 효율적 이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과제일수 밖에 없다.
이미 공장을 새로 짓고 싶어도 마땅한 단지가 없어 야단들이고, 기반 시설이 갖추어진 공업단지는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장이 들어차 있다.
따라서 수도권의 인구억제 측면에서는 물론, 협소한 공업입지의 활용을 위해서도 공업배치법의 제정·시행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시행령 안을 보면 서울시와 강북 수도권이 포함되는 이전 촉진지역에서는 도시형 공업에 대해서만 시설을 증가하는 선에서 증설을 허용하고 79년 중 이제 신고를 받아 단계적으로 이전명령을 발동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또 부산시와 강남 수도권이 포괄된 제한 경비지역에서는 도시형 공업 외에 건축면적 3백명 이하인 경우에만 시설이 허용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서울을 포함한 7개시 8개군 35개 읍·면의 수도권과 부산시 지역에서는 공장 신·증축은 사실상 어렵게 된다. 물론 시행령에서도 규정하고 있지만 공장 유치 지역을 따로 지정, 조성함으로써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수도권 인구의 억제와 공장단지의 이용의 당위성에 대해선 아무런 반론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법 시행상의 실효를 극대화시키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첫째 급격히 늘어나는 공업 입지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5대 지방거점 도시권을 중심으로 한 지방 공업지역을 신속히 개발해야 한다. 공장을 세울 터전을 마련해주는 일이 선결과제인 것이다.
둘째는 수도권내 약 5천여 이전 공장에 대한 이전 적지의 활용 방안이 세워져야 한다.
이전 적지는 인구 흡인력이 되도록 적은 공원이나 공공시설 용지로 활용되어야 한다.
세째는 공업용지 수요의 장단기 수급 전망과 지역별·업종별 배치 계획을 확정해서 각 공장들로 하여금 자체 계획을 세우도록 유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유치지역에 대한 교통·교육·문학 등 인구수용 여건을 확충하는 것이 보다 시급한 일이다.
이같은 선결조건이 충족되어야 공업 배치법은 효과적으로 시행에 옮겨질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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