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프랑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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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파리」 제7대학을 중심으로 한 「프랑스」의 한국학연구는 「유럽」 어느 나라보다도 폭이 넓고 활발하다. 「프랑스」는 이미 4명의 한국학 박사를 배출했고 현재 3명이 박사과정을 이수 중이다.
「파리」 제7대학 한국학과주임교수인 이옥 박사가 지난해 12월 한국학연구로 국가박사 학위를 받은 것은「프랑스」의 한국학연구에 하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특히 이 박사의 학위논문인 『고구려민족형성과 사회연구』는 지금까지의 전「유럽」 한국학연구에서 가장 큰 의의를 갖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들어 「프랑스」한국학연구에 나타난 또 하나의 새로운 현상은 전공 학생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기술교류의 확대 등으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하는 학생수는 해마다 증가하고있다.
이옥 교수는 『한국학전공학생수의 감소현상은 졸업 후의 취직이 어렵다는 점과 인문사회과학 중심인 「유럽」의 한국학연구에 대한 한국정부의 지원이 미역한데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원래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한국학인구는 정치·경제의 중심인 미주와는 달리 기초 학문분야인 인문과학에 중점을 두고있는게 특징이다.
그래서 각대학의 전공강좌도 대체로 한국문학·언어학·한국역사·민속학 등을 중심으로 하고있다.
「파리」대학 문학부에 최초로 한국강좌가 개설된 것은 1956년. 선택과목으로 한국어 강의 정도가 고작이었던 한국학이 독립학과로 확장되고 학사부터 박사과정까지 본격적인 학문연구과정을 두게된 것은 69년 「파리」대학이 개편돼 한국강좌가 「파리」제7대학 동양학부로 넘어오면서 부터였다.
현재 「프랑스」의 대표적한국학 연구기관으로는 「파리」 제7대학의 한국학과와 「프랑스」대학의 한국연구「센터」, 「파리」 제3대학의 동양어학교, 고등연구원의 제4과(역사·언어)·5과(종교학전공) 등을 꼽을 수 있다. 「파리」 제7대학은 69년 「유럽」 최초의 한국학 박사과정을 개설한 것 외에도 교수진이나 강좌내용면에서 가장 앞서 있다. 현재 교수진은 모두 8명으로 한국인과 「프랑스」인이 각각 4명씩이며 강좌과목은 한국고대문학·한국근대문학·번역·신문·서지학·회화·언어학·한국고대사 등이 있다.
이옥·김영송·우철구 교수 등이 한국사·언어학·번역·회화·신문강좌 등을 맡고 유원동 교수(숙대)가 초빙교수로 문화사 및 조선조경제사를 강의한다. 「다니엘·부셰」·「마르크·오랑즈」·「알렉상드르·길모스」·「크리스티앙·데샹」교수는 주로 고대소설·근대소설·민속·한국신앙 등을 맡고 있다.
재학생수는 학부 1년부터 박사과정까지 합해 모두 30여명이다. 이 교수는 『한국학과 학생수는 중국학과나 일본학과에 비해 10분의 1정도 밖에 안되지만 학위논문을 비롯한 학생들의 연구수준은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한국학 전공학생수는 「파리」제7대 외에도 동양어학교 한국어과의 30여명과 고등연구원의 10여명 등 모두 80명이 넘는다.
최근 한국어는 「프랑스」대학생들에게 제2외국어 선택과목으로서 크게 인기를 모으고 있다. 졸업 후 취직문제와 함수관계를 갖는 한국어선택 「붐」은 「프랑스」상사·은행 등의 적극적인 한국진출과 한국기업들의 「프랑스」지사 설립 등으로 한국어를 필요로 하는 취직문호가 크게 넓혀졌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근래 「프랑스」회사들이 한국어개인교수를 청탁해오는 사례가 많다면서 「프랑스」 현 실정으로는 한국어전공학생의 취직조건이 중국·일본어전공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지난해 「프랑스」은행 서울지점이 이례적으로 한국학과출신 1명을 간부사원에 채용한 예도 있다는 것.
지금까지 학위를 받은 「프랑스」인 한국학박사는 「부셰」(한국고대문학), 「오랑즈」(한국근대문학), 「앙드레·마브르」교수(한국어학·「파리」 제3대) 등이며 「길모스」·「데샹」 교수 등이 각각 한국신앙과 한국민속연구로 곧 박사학위를 받을 예정이다. 특히 「길모스」교수는 집 앞의 문패까지 「김효신」이라는 한국명으로 달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문학·민속·신앙 등을 중심으로 한 「프랑스」의 한국학이야말로 당장은 빛이 안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프랑스」인의 한국에 대한 사랑과 이해를 돕는 지름길』임을 강조하면서 미주일변도인 한국정부당국의 해의 한국학지원이 구주쪽으로도 눈을 돌려야한다고 역설했다.
「프랑스」의 한국학은 당장의 양적인 팽창은 어려운 형편이지만 적극적인 교환교수 제도의 확립 등이 이루어지면 보다 깊은 학문적 연구의 발전이 이루어질 것 같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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