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면벽…선방을 나온 두 스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6년 동안 두문불출하고 면벽 참선한 조계종 스님 2명이 굳게 닫혔던 수도장문을 열고 나와 회향했다.
서울 도봉산 천축사에 있는 유명한 참선 도량인 무문관의 고행수도를 지난 10일 끝낸 승려는 50대의 강무부 스님과 30대의 석원공 스님. <사진>
『6년 동안의 삼선정진을 통해 무엇인가를 좀 얻은 것도 같습니다만 꼭 집어서 어떤 점이 향상됐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아직도 자생과 대오를 밝힌 선의경지는 충분히 체험하지 못했습니다.』
원공 스님은 『6년의 무문관 수도생활로 대오견성 했다는 자부심은 전혀 가질 엄두조차도 나지 않는다』고 겸손해했다.
원래 선은 조용히 앉아서(정좌) 모든 생각을 떼어버린(무념) 가운데 대오견성을 이룩, 깊은 진리를 깨치기 위한 스님들의 수도과정이다. 흔히 화두선, 간화선이라고 불리는 스님들의 전문적 수행인 공안선은 자기에게 주어진 연구문제를 보존적으로 파고들어 구명하는 진리통달의 공부과정.
연구문제로 주어지는 화두는 석가모니이래 1천7백 개나 있지만 대체로 「무」 자 화두를 가지고 정진하는 예가 많다.
『정신적인 고행은 처음부터 각오가 돼있어 별로 어려움이 없었지만 육체적인 질병이 왔을 때는 좀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무문관을 나서는 이제부터 또 하나의 새로운「시작」이 열렸다는 생각으로 계속 삼선에 정진하겠습니다.』
원공 스님은 선을 말이나 글로 설명하기는 정말 어렵지만 삼선을 통한 정신력의 수련은 현대의 고뇌를 극복하는 지혜의 지름길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무문관은 일단 들어간 뒤엔 소경기간(6년)이 아니면 출입문이 열리지 않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석가모니의 6년 설산 고행을 본받아 그와 비슷한 여건의 수도 장을 만든 것이기도 하다.
지난66년 창설된 무문관은 6년 전에 제1차로 전관응·손경산·김지효·문현구 스님 등 현 조계종의 원로대덕스님 4명이 참선정진을 마치고 회향한 후 이번에 다시 두 스님이 수도정진하고 나왔다.
강무부 스님은 무문관을 나서자마자 주위 스님들한테도 행선지를 밝히지 않은 채 시골 산사로 계속 선 수도를 하기 위해 내려갔다.
원래 선승은 일정한 주거사찰이 없이 선방을 찾아다니며 정진을 계속하기 때문에 흔히 「운수납자」라고도 부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