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대신 소득에 건보료 매기면 지역가입자 84% 부담 줄어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건강보험료를 재산이나 자동차엔 매기지 않고 소득에만 부과하는 세부 방안이 공개됐다. 재산·자동차 대신 퇴직금·양도소득과 연 4000만원 이하의 금융소득에 부과하자는 게 핵심이다. 상속·증여 소득을 뺀 거의 모든 소득에 건보료를 매기자는 것이다.

 현재 직장인은 월급에만 건보료를 매기고, 지역가입자는 소득·재산·자동차에 부과한다. 부과 방식이 달라 형평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소득이 별로 없는 지역가입자들의 재산(전·월세 포함)·자동차에다 어린 아이 숫자까지 계산해 보험료를 매기다 보니 불만이 매우 높다. 실직자·은퇴자·노인 등 사회적 약자의 부담이 크다. 그래서 지난해 초 정부는 소득 중심으로 건보료 부과체계를 단계적으로 개편하기로 하고 이를 140대 국정 과제의 하나로 선정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종대 이사장은 14일 소득 중심의 건보료 단일 부과체계 모형을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했다.

이 안은 13일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위원장 이규식 건강복지정책연구원장) 7차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이다. 기획단은 정부·학자·노동계·재계 등 16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기획단은 건보가입자 10%(221만4000세대)의 일용근로소득과 4000만원 이하 금융소득 자료를 국세청에서 받아 소득에만 건보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연구해 왔다. 이날 회의에는 160가지 안이 보고됐고 이 중 세 가지를 집중 검토했다.

 김 이사장은 블로그에서 가장 유력한 안을 토대로 보험료 증감 현황을 공개했다. 이 안은 소득자료가 없는 사람은 월 8240원(현재 직장인 최저보험료)을 내야 하고 퇴직·연금소득의 25%, 양도소득의 50%에 건보료를 내는 것이 핵심이다. 가령 퇴직금이나 양도소득이 1000만원이면 각각 250만원, 500만원을 부과 대상으로 잡아 건보료를 매긴다. 이 안을 시행하면 건보가입자 72%의 건보료가 내려가고 28%는 올라간다. 특히 지역가입자 84.3%는 내려간다. 재산·자동차 건보료가 폐지되기 때문이다.

 가령 61세 은퇴자의 경우 지난해 3월 직장을 다닐 때는 월급 350만원의 2.95%(본인 부담 기준)인 10만여원을 건보료로 내다 은퇴 후 18만여원으로 늘었다. 지역가입자로 바뀌면서 아파트(2억여원)와 쏘나타 자동차에 건보료를 추가로 내게 되면서다. 만약 제도가 바뀌면 2만6000여원(월 소득 45만원의 5.79%)으로 줄어든다. 소득이 없거나 얼마 안 되면서 전세나 월세를 사는 지역가입자는 부담이 준다. 또 근로소득만 있는 직장인들은 보험료가 줄거나 변동이 없게 된다.

 반면 근로소득 외 사업(임대)·금융소득이 있거나 소득이 높은 직장인은 올라간다. 직장가입자에게 얹혀 있는 피부양자 2022만 명 중 금융소득 등이 있는 556만 명은 별도의 보험료(월평균 2만2000원)를 내야 한다.

 김 이사장은 “기획단이 매달 두 번 회의를 열어 논의한 뒤 정기국회 이전에 개선안을 마련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보료 부과 체계 개선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거의 전 국민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