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 공천 계속 제자리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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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신민당은 10대 총선일을 겨우 한달 남긴 11일 현재까지 계파 이해에 얽혀 77개 선거구 중 단 1개 지구의 공천자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어 총선 대책에 큰 차질을 빚을 것 같다. 상대인 공화당이 이미 지난 7일 공천자를 확정, 지역구에서 무소속 출마 희망자들과 함께 활발한 득표 활동을 벌이고 있어 신민당은 공천 작업 지연에 따라 득표 활동 시간이 반비례로 줄고 있으며 공화당이 거물·중진 등 중 양급 인물을 대거 망라, 선거전에 임하고 있기 때문에 신민당이 당 차원에서 당선 가능한 인사를 공천하지 않고 계파 안배에 의한 「나눠 먹기」식 공천을 할 경우 시간적인 불리에 겹쳐 총선에서의 득표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계기사 3면>
또 후보자들은 그 동안 공천 심사 과정에서 드러난 신민당의 고질적인 병폐가 중요한 감표 요인이 되리라고 우려하고 있다.
신민당이 이 같은 불리를 예측하면서도 공천 작업을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여당 후보에 대응할 「납득할 만한 인사」를 고르기 위한 것보다는 계파간에 복잡하게 얽힌 이해 때문이며 이는 내년 5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겨냥한 계파 세력 확대 작업의 하나로 전당대회 예비전 성격을 띠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같이 공천 심사가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원내외에선 공천 심사위원들의 양식에 호소, 『파벌을 떠나 국민이 원하는 공정한 인물을 조속 공천하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특히 윤제술씨(전 정무회의 부의장) 등 재야 원로들은 후보자 공천에서는 인물과 지역구 기반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현재의 공천 심사 작업은 당을 파국으로 몰고 갈 염려마저 있다고 분석하고 사심을 배제, 공익심에 충실하든가 심사위원들이 자퇴, 계파 2인자로 대체하든가 일대 획기적인 구당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10일 열린 제17차 8인 공천 심사위에서도 재야 인사 영입 「케이스」의 조세형씨(전 한국일보 편집국장)에 대한 지역구 선정 문제가 해결의 기미를 보였으나 일부 심사위원들은 아직도 조씨의 서울 성북구 영입에 계속 반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울 강서 ▲부산 남 ▲달성-고령 ▲서천-보령 등 10여개 지역의 공천자 선정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8인 심사위는 11일 하오 서울 시내 모처에서 제18차 회의를 열고 철야로 20여개 신설·사고·원외 지구에 대한 공천 작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철승 대표는 『공천 신청자 수가 좁혀질 대로 줄어든 만큼 11일 밤을 새워서라도 심사를 조속히 끝마쳐 늦어도 내주 초까지 공천자 명단을 일괄 발표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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