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파’ 최경환, 화끈한 경기부양 가능성 … 야당 설득이 열쇠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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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은 최경환 ‘원톱 체제’로 꾸려졌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등이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수학한 동문이다. 그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출신이기도 해 당과의 관계도 매끄러울 것으로 보인다. 당·정·청 사이에서 우왕좌왕했던 현오석 부총리와 달리 경제정책에 관한 한 ‘책임부총리’ 역할을 할 것이란 얘기다.

그동안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그는 ‘매파’ 성장론자다. 세월호 참사 후 내수가 위축된 상황까지 감안하면 취임 후 화끈한 경기부양책을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 당장 부동산 규제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그는 4월 1일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지역별·연령별로 조정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LTV·DTI는 야당과 일부 사회단체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최후의 보루”라며 완화를 반대하고 있는 사안이다. 살아나던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지적돼온 부동산 임대소득 과세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재검토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최 부총리 후보자는 서비스산업 규제 개혁에도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 시절 지식경제부 장관이었던 그는 의료법인 영리화를 앞장서 주장하다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서비스산업 활성화는 박 대통령이 지난 2월 대국민 담화를 통해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요체이기도 하다. 보건의료 등 5대 유망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의료 민영화 논란으로 속도를 내지 못했다.

최근 급격한 원화 절상 흐름에 제동이 걸릴지도 관심사다. 원화는 올 들어서만 미 달러화 대비 4% 가까이 절상됐다. 주요 17개국 통화 중 가장 큰 폭이다. 수출이 잘 되고 외국인 투자가 늘어 원화값이 오른 건 긍정적이지만 절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이 많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월호 여파로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수출까지 타격을 입으면 하반기 경기가 예상보다 더 침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3개월 연속 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에 대한 금리인하 압력도 강해질 전망이다. 경기부양과 원화 절상 억제를 위해선 한은의 금리인하 지원사격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과감한 정책 추진을 위해선 ‘관피아 척결’로 사기가 꺾인 공무원 사회를 다독일 ‘당근’도 필요하다. 심각한 인사 적체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재부는 벌써부터 실세 부총리 취임에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그러나 그는 기재부와 악연도 있다. 기재부의 반쪽 전신인 옛 경제기획원 출신인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기재부 저격수’로 나섰다. 당시 야당 초선이었던 그는 “2003년 8월 기재부가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헐값 매각하기 위해 외환은행의 부실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국회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까지 가세하면서 의혹은 검찰 수사로 이어졌고 매각을 주도한 기재부 변양호 금융정책국장이 구속됐다. 변 전 국장은 4년4개월 동안의 법정 공방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또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하고 떠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도 좋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공무원 사회에선 ‘변양호 신드롬’이란 신조어가 생겼다. ‘나중에 책임질 일은 아예 손대지 말자’는 보신주의다. 공교롭게도 이젠 그가 ‘변양호 신드롬’을 깨야 할 입장이 됐다.

정경민 기자 jkm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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