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 적어야 배추의 향취 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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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병설 교수댁(전북대교수·요리연구가)>
고향이 평안도지방인 우리집에서는 고춧가루를 그렇게 탐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도 서울에 오래 살다보니 양념의 양이 점점 많아졌고, 따라서 어렸을적 고향의 김치맛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내가 어렸을때 먹었던 김치는 배추와 무우의 향기로움이 코끝에 감도는 담박한 김치였다. 중부지방 아래지역에서는 기후탓도 있겠지만 지나치게 양념을 많이 써 천연의 향기로움보다는 자극적인 맛만을 즐기는듯 하다. 너무 맵고 짠 음식을 찾을 것이 아니라 향취있는 김치를 권하고 싶다.
고추를 조금 넣고도 매운맛을 내려면 중국후추라고도 하는 산초를 넣으면 좋다. 예전부터 우리나라에서 내려오던 방법이지만 지금은 거의 쓰지 않고 있다. 시장이나 한약방에서 쉽게 구할수 있는데 김치 한켜를 독에 담고 3∼4알씩 넣는다. 이밖에 양념을 조금 넣고도 맛있는 김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가리개김치>
김치소로 무우를 채썰어 버무리면 자연 고춧가루를 많이 쓰게된다. 무우소를 쓰지 않고 연한 재래종 배추로 담근 김치.

<만드는 법>ⓛ길이 25㎝정도의 조선배추를 되도록 푸른잎을 그대로 남겨두고 3∼4%의 소금물에 잠깐 절인다.
소쿠리에 건져 물기를 뺀다. ②파·마늘·생강·새우젓을 다져 잘 버무리고 물고추와 고춧가루를 섞어 조금 넣는다(배추1㎏ 1흡이하). ③ ②의 양념을 배추 사이사이에 넣고 꼭꼭 싸서 독에 담는다. ④양념국물과 새우젓국물을 배추가 살짝 잠기도록 붓는다. ⑤먹을때는 토막토막 썰기보다 밑둥만 잘라 통째로 내놓아야 먹음직스럽다.

<백김치>
귤즙·귤껍질·풋고추를 넣어 향기로운 맛을 즐길 수 있다.

<만드는 방법>ⓛ배추를 3∼4시간 절인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③귤껍질은 속의 흰부분을 깨끗이 긁어내고 채썬다. 배추 1관에 귤 2알정도. 마늘·파·생강·풋고추도 채썰어 소금·설탕과 함께 버무린다. ③귤알을 「가제」에 싸서 즙을 내 ②에 버무린다. 이때 햇고추도(배추1관 2개정도) 씨를 빼고 어슷어슷하게 썰어넣는다. ④준비된 소를 배추사이에 넣고 독에 담은후 소금물을 붓고 돌로 눌러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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