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 비는 공천 관문…그 주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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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금 「배지」를 향한 공천의 예비 시험 관문이 붐비고 있다.
뒤늦게 시작된 신민당 공천 심사위는 연일 야간 회의로 열기가 오르고 재빠른 착수를 보인 공화당은 이제 확정·발표만을 남긴 단계다.

<고성 논쟁…격돌 직전까지>
신민당 공천 심사위는 27일 제8차 회의로 심사위원간의 탐색 작업을 거의 끝냈으나 결론은 「공천은 계파」라는 「비정의 통칙」을 거듭 확인했다.
32개 신설·사고·원외·문제 지구에 대한 심사 위원 각자의 인물 천거에서 수원-화성 지구의 경우 신청자는 10명이나 고흥문·김영삼·유치송·이충환 위원이 각각 1명씩만 천거, 일거에 계파 귀속성이 약한 6명이 탈락.
최근에야 입당과 함께 공천을 신청해 계보에의 입적이 채안된 임광규씨 (변호사·충주-중원-제천-단양) 이현재씨 (7대·공화·순천-구례-승주)는 계파 추천이 없자 『꿈을 깰 수 없다』며 화요회의 정헌주 위원이 추천. 이래서 『아까운 인재가 계파 추천이 없어 탈락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
김영삼계의 경우는 최근 계파 의원 회합을 갖고 김 총재 시절의 자파 인사는 지금 어느 계보에 줄을 대고 있더라도 무조건 밀어 준다는 원칙을 정해 벌써부터 총선 후의 전당 대회 포석을 하고 있으며 이같은 속셈은 다른 계파도 비슷하다.
결국 최후의 「당천」 길은 누가 해당 계파의 추천 상위 「랭킹」을 차지하느냐가 관건이라는데는 신청자들간에 이의가 없다.
공천 심사위가 열리면 고성 논쟁이 더러 있는 것은 보통 있는 일.
김봉조 (거제) 서석재 (부산남구)씨 등 김영삼계 신청자에 대해서는 이 대표가 제명된 사람·「야투」 등 해당 행위로 문제 있었던 사람들의 심사에 난색을 표해 김 위원은 『내 고향이라는 지역적 측면을 고려해도 그럴 수 있느냐』 『내가 총재 할 때는 당사를 점거해도 한사람 징계한 일없다』고 반박하여 격돌 일보 전까지 간 일이 있다.

<공화, 현역 20∼30명 탈락세>
당 희망과는 달리 당총재의 공천 재가가 자꾸만 늦어지자 공화당 주변에는 불안과 억측이 교착.
공천 재가가 늦어지는 이유가 주로 국회 운영 문제와 결부되자 『늦어지는 것은 현역 의원 중 탈락자가 예상외로 많은 까닭이 아니냐』는 풍설이 오락가락하면서 탈락 수를 놓고 △20명설 △25명설 등이 나오는가 하면, 심지어 △30명선 이상이라는 추측까지 돌고 있다.
이처럼 정설은 없지만 탈락 범위는 대체로 최소 20명에서 최다 30명 선이다.
공천 발표가 예상보다 늦어지자 의외로 중견·중진급의 탈락이 많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
중진급 또는 국회 상임 위원장급에서 탈락이 있을 경우 당무·국회·상위 운영 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이에 따라 정기 국회 운영에 지장이 있을 것인 만큼 발표가 늦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그럴싸한 설명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고사 지내고 도사 찾는 이도>
공천 심사위가 본격 가동되자 신민당의 공천 신청자들은 천태만상의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서울 성북에서 신청한 J씨는 사무실을 얻어 고사를 지낼 때 『당사 쪽을 향해 재배하면 공천이 틀림없다』는 조언에 따라 돼지머리를 당사 쪽으로 놓고 절을 두번 했으며 의정부 측에서 출마를 희망하고 있는 C씨는 도사 (?)의 말에 따라 부인과 함께 새벽 광나루로 나가 7번째 교각 밑에서 기도한 뒤 돈 주고 산 물고기 수십 마리를 방생.
부여-서천-보령에서 공천을 신청한 당료파 7명은 이른바 「해외파」 등으로 지목된 몇몇 후보 견제를 위해 결속, 이들을 배격한다는 결의문까지 인쇄해 당요로를 찾아다니고 있으나 『자네들 중에 한사람을 추천하면 받아들이겠다』는 이철승 대표의 말을 듣고 후퇴했다.
파주의 H씨는 자신이 「세종대왕 때 영의정 황희 정승의 20대손 「전 의원 ×××씨의 친동생」으로 직·방계 혈맥을 소개하는가 하면 해남의 K모 여성 신청자는 현지에선 자신을「진도의 상록수」 「제2의 박순천」으로 부를 만큼 인기가 있다고 자화자찬.
충무의 L씨는 차 6대와 선박 2척까지 전세를 얻는 등 기동력도 만반 준비가 됐다고 「준비 완정」를 보고.
신청자들 중에는 돈 보따리를 싸들고 심사 위원들을 찾아 공천 매수 금전 공세를 벌이다가 망신을 당하는 일이 간혹 발생한다.
K씨는 신도환 위원 집을 방문, 돈 봉투를 놓고 가려다 호통일갈에 멀쑥해져 나왔고 이철승 위원 집을 찾은 모씨는 돈 봉투를 내놓았으나 비서들이 백지에 『일금 ×××원을 도로 받았음』이라는 영수증을 받고 뒤돌려 주었다는 것.
그러나 당내에는 ×××와 ×××간에 돈 거래가 있었다는 등 쑥덕공론들이 없지 않아 고흥문 위원 같은 이는 『왜 이런 말이 나오는지 창피해서도 심사 위원 못해먹겠다』며 청렴 공천을 강조.

<빗발치는 해명·항의 전화>
공천 지연에 따른 또 하나의 부작용은 뜬소문 투서 난무와 이에 따른 조직 동요라는게 공화당 측의 하소연.
경북 Q씨는 당사에 찾아와 『××× 의원의 ×××는 유명한 친일파』라고 하고 있고 모「거물」 공천설이 나오자 『국치 사건의 주모자』란 「경고 서한」도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신임 지구당 위원장으로 최근에 임명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누구는 형제들이 모두 병역 기피자』 『누구는 6·25때 부역했다』고 선전.
현역 K의원은 축첩 모략이 나돌자 전 부인과 이혼하고 정식 재혼했다는 호적등본사본을 들고 다니고 있는 실정. 충남의 K씨는 계룡산의 「도사」로부터 들었다는 현역 의원에 대한 관상 풀이와 점괘를 적어 중앙당에 보고하면서 『그를 공천하면 반드시 낙선한다』고 악담.
또 『어디에 땅이 수십만평 있다』 『호화별장을 가지고 있다』는 등의 근거 없는 투서도 요로에 전해지고 있어 조사 결과 허탕을 치는 일이 잦다는 것.
신민당의 경우 투서·고발 등을 유형별로 보면 △축첩 등 여자 관계 △전직 공무원의 서정 쇄신 관련설 △희박한 당성 비판 △후조형 공천 신청자 등에 관한 것으로 현직 의원인 K씨는 수년전의 여자 관계에 대한 폭로를 담은 똑같은 필체의 편지가 수십통씩 굴러다니자 비서를 시켜 이를 수거하는 한편 당 고위층에 「해명」 하느라 분주.
그러나 뜬소문이나 낭설로 밝혀지더라도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쉽게 복구되지 않을 뿐 아니라 당 조직부는 해명과 항의 전화가 빗발쳐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관계자들은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한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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