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적합업 기준 강화 … 업종 축소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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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가 시행 3년 만에 대폭 바뀐다. 신청 요건이 현재보다 까다로워지고 심사도 더 엄격해지면서 지정 업종이 지금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중소기업의 반발도 예상된다.

 동반성장위원회는 11일 서울팔래스호텔에서 제28차 회의를 열고 적합업종제도 운영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은 “신청·검토·합의·사후관리 등 모든 과정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적합업종 신청을 하려면 17개 광역시·도 중 8개 이상에 있는 조합·단체 회원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전국적 대표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 대기업의 가격 덤핑이나 유통망 장악, 원자재 독점 등 실제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적합업종 제도가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지만 전반적으로 시장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외국계 기업이 반사이익을 보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비판이 그동안 수차례 제기됐었다. 이번에 그 보완책도 제시됐다. 지정 적합성을 검토해 명백하게 부적격하다고 판단하면 심사 대상에서 아예 제외한다는 것이다. 동반위는 “LG생활건강이 철수하자 중소기업인 무궁화가 독점하게 된 세탁비누 시장처럼 대기업이 빠진 자리를 몇몇 중소기업이 독과점하는 경우가 적합성 검토 대상”이라고 밝혔다. 시장이 침체돼 오히려 소비자가 피해를 보거나 외국계 기업이 잠식하는지 여부도 적합성 검토 대상이다. 또 앞으로 외국계 기업도 본사 자산 총액이 5000억원 이상인 기업이 지분의 30% 이상을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경우 대기업으로 간주해 국내 대기업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동반위가 지금 제도보완책을 내놓은 것은 현재 100개의 적합업종 중 올 연말까지 첫 시행기간(3년)이 끝나 지정 여부를 다시 합의해야 하는 업종이 82개나 되기 때문이다. 개선안은 새로 신청하는 업종과 올 9월 기한이 만료되는 세탁비누·순대·떡·막걸리 등 14개 업종부터 적용한다. 재합의 때는 특히 ▶대기업이 이미 사업에서 철수해 중소기업의 피해가 더 이상 없거나 ▶중소기업 독과점 문제가 있는지 ▶산업 경쟁력이 약화돼 수출과 내수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할 예정이다.

 또 재합의 업종은 신청기간(18일~다음 달 10일) 안에 중소기업의 요청이 없으면 기한만료 후 자동으로 적합업종에서 빠진다. 동반위 김종국 사무총장은 “적합업종 ‘지정’이라는 용어를 ‘합의·권고’로 바꾸는 등 동반위가 정하기보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자율적인 협약을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재합의하는 경우 기간은 3년 이내로 양측 협의에 따라 조정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동반위 개선안에 대해 이날 성명을 내고 “중소기업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적합업종 해제는 부작용이 명백하게 입증된 품목에 한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100개 기업 동반성장지수 발표=한편 동반위는 이날 100개 대기업의 지난해 동반성장지수를 발표했다. 삼성전자·삼성전기가 3년째 최고등급을 받아 명예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또 현대차·기아차 등 14개 기업이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우수’ 등급은 롯데마트·LG전자 등 36개사, ‘양호’ 등급은 대한항공·농심 등 36개사, ‘보통’ 등급은 STX중공업·농협유통 등 14개사다. 동반위 관계자는 “동반성장에 적극적인 기업이 평가 대상이기 때문에 하위 등급이라도 일반 기업보다는 뛰어나다”며 “유통·식품 등 업종에 맞는 평가 기준을 마련해 점수 불균형 현상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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