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암 「유럽」 경제|「인플레 중병」회복 기미-이탈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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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유럽」의 경제적 병자』라고 불려 온 「이탈리아」가 최근 국제수지의 호조 등 회복의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국제수지는 연속 14개월간 흑자를 기록해서 외환 보유고는 1백30억「달러」를 넘어섰고 서독·미국 등 외국으로부터의 차관은 상환 기일도 도래하기 전에 갚고 있다.
또 「리라」화의 가치도 상당히 안정되었으며 고질이 되다시피 한 노조의 「스트라이크」나 태업(사보타지)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연 22%까지 치솟았던 「인플레」율은 12%로 떨어졌다.
그래서 「이탈리아」의 신문들마저 『「유럽」의 병자는 마침내 퇴원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러한 밝은 징조는 비관적으로 보아 왔던 「이탈리아」의 경제에 대한 기대를 다시 불러일으킬 만하다. 그러나 아직도 신열은 높은 편이어서 안심할 단계는 못된다.
가장 큰 문제는 팽창 일로의 재정 적자와 1백50만명에 달하는 실업자다.
재정 적자는 올해 예정했던 것보다도 두배가 되는 무려 28조5천억「리라」(약3백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국내 총생산액의 14.1%에 해당하는 것이다.
「안드레옷티」 수상은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지난 5월 증세를 통한 세입 확대와 공공 부문의 차입 대폭 억제책을 발표했다.
실업자 문제는 76년 가을 이후 엄격한 긴축 정책의 부산물로 격증, 요즘엔 1백50만명에 달함으로써 2년전에 비해 두배나 늘었다.
이 같은 문제를 근치하기 위해 「이탈리아」 정부도 79∼81년 3개년 경제 재건 계획을 발표했다.
3개년 계획은 ▲약13조「리라」를 투입, 새로 60만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고 ▲지방 공공 단체에의 교부금·사회보장비·의료비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소득세·간접세의 인상 및 탈세 방지로 재정 적자를 대폭 개선하는 것이 골자로 되어 있다.
막대한 재정 적자로 인한 「인플레」 재연 가능성은 「이탈리아」 경제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커다란 취약점.
그래서 「판들피」 장상은 「인플레」 억제가 「이탈리아」 경제 재건의 관건이라고 지적하고 있을 정도.
3개년 계획에 대해선 IMF(국제통화기금)나 주변 선진국들로부터 「매우 의욕적인 계획」 이라는 평가와 기대를 받고 있지만 어느 정도 효과를 볼 것인가는 노조와 야당의 협력 여부에 달려 있다.
노조에서는 임금 상승을 규제하려는데 대해, 야당에서는 연금·의료비 등을 삭감하려는데 대해 정부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안드레옷티」 정권으로서는 아직 관문이 너무 많다.
한번 기반이 뒤틀린 경제를 다시 회복시키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가 될 것 같다. 【로마=정신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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