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국봉의 「부드러운 한마디」에. 치솟는 「홍콩」의 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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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공이 재채기 한번만 해도 혹 날아가 버릴 「홍콩」이 지난 3개월 동안 춤추고 있다. 부동산 값이 엄청나게 뜀박질하고 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다. 투자는 늘어나고 건물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선다.
공식적으로는 불과 19년간, 비공식적으로는 중공이 마음만 먹는다면 「전화 한 통화」로 끝나게 될 운명을 가진 자유무역항 「홍콩」에 전에 없던 활기가 휘감기고 있다는 이야기다.
「홍콩」반도의 숨통을 죄고 있는 광대무변한 배후지인 중공이 그만큼 따뜻해져서 문호개방과 경제개발에 정책의 역점을 두면서 「홍콩」을 주요 외화 가득원으로 적극적인 활용에 나섰기 때문이다.
말끝마다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를 반대해 온 중공 당 주석 화국봉이 지난 6월 『영국치하의 「홍콩」은 중공의 이익에 기여하는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 이후 「홍콩」은 광란하기 시작했다.
중공은 「홍콩」과 「마카오」에서 나오는 외화수입이 그러한 이율배반으로 생기는 체면 손상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실리를 밝힌 셈이다.
중공은 식수공급 8백만「달러」 등 연간 총 15억「달러」 어치의 상품을 「홍콩」에 수출하고있다.
지난해 추정수출액 70억「달러」의 20%에 해당하는 액수다.
중공은 서방측과의 경제교류를 활성화시키면서 「홍콩」에서 중공의 경제활동을 강화했다. 지난 7월 초 「홍콩」의 중공계 은행은 이윤추구를 위해 주식·금·외환·부동산 투기 등 『자본주의적 활동을 해도 좋다』는 백지위임을 북경당국으로부터 통고 받았다.
「홍콩」 최대은행 중국은행 등 13개 중공계 은행은 1백 30개 지점을 갖고 「홍콩」 총 은행예금 1백 25억「달러」의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다. 중공계 은행 자금이 자본주의적 경제활동에 동원될 것이라는 소문만으로도 「홍콩」의 주가지수는 지난 5월 2일 4백 59「포인트」이던 것이 두 달만에 6백 「포인트」를 담박에 넘어서 버렸다.
중공은 또 「홍콩」에 대량의 이민을 쏟아 넣고 있다. 하루 평균 1백 87명이 중공의 합법적인 출국「비자」로 국경을 넘어오고 있다.
사람만 넘어오는 것이 아니고 중공의 투자도 눈부실 정도로 불어나고 있다. 중공은 3월에 4천만「달러」를 투자해서 토지와 건물들을 사들였고 신화사통신 「홍콩」지사는 1천 5백만「달러」를 들여 「호텔」을 매입하는 등 신규투자에 열을 내고 있다.
중공은 또 「홍콩」을 전진기지로 삼아 관광객 유치에 혈안이다. 광동성 당국은 금년 들어 하루에 2백명 꼴로 「홍콩」으로부터 관광객을 받아들이고있다.
따라서 중공이 서방측과 교역을 확대하면 할수록 「홍콩」은 보다 「템포」가 빠른 춤 속으로 빨려들 것 같다.

<홍콩=이창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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