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김동익>(2313)-<제59화>함춘원시절-김????(2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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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대학교는 현재 명예교수제도를 채택해서 학문적인 업적뿐만 아니라 대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원로교수를 우대하고 있다.
함춘원에는 7명의 명예교수가 있는데 윤일선(병리학)·김두종(의사학)·김동익(내과학)·김석환(산부인과학)·김성환(피부과학)·오진섭(약리학)·나세진(해부학)등이다.
그런데 흥미 있는 것은 이들중 무려 3명이 1932년에 제3회로 경성제대의학부를 졸업한 동기동창이라는 점이다.
김석환·나세진·오진섭 박사가 바로 그렇다.
앞으로도 명예교수가 나오겠지만 같은 해 졸업생으로 이렇게 3명이 명예교수로 임명되기도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
경성제대가 출발해서 1935년 내가 어쩔수 없이 함춘원을 일시 떠날 때까지 5회째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이 가운데 3회 졸업생이 가장 많이 태학에 남아서 연구생활을 지속했고 따라서 후에 우리나라 의학계의 기둥이 된 훌륭한 의학자가 다수 나온 것이다.
21명 졸업생중 대학의 연구실에 남은 이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강수만(「시노자끼」내과)·김석환(산부인과)·계린교(「이와이」내과)·나세진(해부학교실)·신웅호(산부인과)·오진섭(약리학교실)·임영식(「이와이」내과)·장경(「이또」내과)·진병호(「오가와」외과)·한기택(이비인후과)·허규(위생학교실). 국제적으로는 식민지를 확보하느라고 열강들의 각축이 치열하고 나라안 사정은 일제의 극렬한 탄압과 착취로 흉흉스러운데도 오로지 연구와 환자진료에 여념이 없었던 이들. 그래서 해방 후 혼란기 대학의 공백이 메워질 수 있었고 오늘의 자랑스러운 함춘원이 존재할 수 있게 되었으리라.
특히 김석환·나세진·오진섭 박사 등 세 명예교수의 공로를 잊을 수가 없다.
산부인과의사로서 아마도 김석환 박사만큼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지기도 힘들 것이다.
백발을 날리며 지금도 환자진료에 열중인 그의 경력은 어디에서 솟아나는 것일까.
성대졸업 후 산부인과교실에 들어가 연수하고 해방 후 경성대학의학부교교수에 이어 1946년 서울의대 산부인과교수로 취임, 62년까지 후학양성에 심혈을 기울인 김박사는 6·25때 북한괴뢰군에 납치되었다가 죽음을 무릅쓴 탈출을 감행해서 구사일생 살아온 무용담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62년 함춘원을 떠나 설립한 중앙병원은 지금도 여전히 성업중이다.
학문에 대한 그의 정열과 의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데 특히 암 연구에 대한 열의가 대단해서 순전히 그의 자력으로 중앙 암 연구소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현재 중앙병원 내과과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석근 박사는 그의 아우로 역시 함춘원 출신(51년 서울대의대졸)이다.
해방 후 정년퇴직(1974년)까지 만29년 동안을 서울대의대교수로서 보낸 나세진 박사는 우리나라 해부학계의 원로다.
그가 이루어놓은 업적으로 보아 서울시 문화상·과학기술상 본상·학술원상 수상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하겠다.
성대졸업 후 곧바로 「우에따」(상전상길)해부학교실에 들어가 연구에 몰두, 42년에 경성제대에서 의학박사학위를 취득한 학구파이기도 하지만 한번 결심한 것을 곧 실천에 옮겨 꼭 달성시키고야마는 행동파이기도 하다.
그를 볼 때마다 나는 그의 과감한 결단성, 일을 추진하는 박력, 그리고 조금도 사그라지지 않는 젊은 패기와 기상에 부러운 마음 금할 수 없다.
서울대의대학장(1960∼64년)·해부학회회장(68년)·체질인류학회회장(68년)을 역임한 나박사는 정년퇴직으로 함춘원을 떠난 뒤에도 명예교수로서 후진양성에 온갖 힘을 기울이고 있는데 최근에는 한강성심병원에 체질인류의학연구소를 마련,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나박사와 함께 74년3월 정년 퇴직한 오진섭 박사는 애당초 「이또」내과에서 수련하다가 약리학으로 전공을 바꾸어 일생을 약리학 연구에 바친 학자다.
특히 인삼에 대한 훌륭한 연구업적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경성여의전 교수(41년)·성대의학부교수(45년)·서울대의대교수(46∼74년)·서울대생약연구소장(46∼61년)을 지냈다.
이밖에 진병호 박사(전 서울의대병원장) 장경 박사(전 이화의대학장) 허규 박사(전 서울의대 미생물학교수) 한기택 박사(전 서울의대 이비인후과교수·정신과 전문의 고 한동세 박사의 부친) 신웅호 박사(전 한일병원장)등 의학계를 빛낸 얼굴들이 많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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