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각개발·혁신영농을 위한 「시리즈」(119) - 영농의 기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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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농업의 기계화는 농업노동력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인다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농민들을 중노동에서 해방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혁명이다.
농업기계의 보급으로『허리를 굽히고 일하는 고된 농업』에서 벗어나『허리를 펴고 일하는 농업』, 나아가『(기계에 올라) 앉아서 일하는 농업』이 가능하게 되고 있다.

<일, 즐거운 농업 누려>
기계에 편안히 올라앉아「핸들」을 조종하기만 하면 모내기부터 벼베기·탈곡·포장까지의 힘겨운 일들이 일사천리로 해결된다는 얘기다.
이웃 일본에서는 이미 이러한 단계에 접어들어 이른바『즐거운 농업』시대를 맞고 있다.
우리 나라도 이러한 단계가 된다면 젊은이들의 농촌기피증이 없어지고 영농후계자양성문제도 자연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농업기계화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경지가 기계화에 적합한 상태로 정리돼야 하고 농민들이 기계를 구입, 사용할 수 있는 재력과 기술을 갖추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같은 농업기계라도『허리를 펴고 일할 수 있게 하는 단계』의 농업기계와 『올라앉아서 일할 수 있게 하는 기계』와는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이 다르다.
탑승할 수 있는 농기계로는「트랙터」와「콤바인」이 대표적 기종인데 가격만 해도「트랙터」가 본체만 5백57만4천원, 여기에 쟁기·「트레일러」등 표준 작업기를 부착하면 7백만원을 상회하며「콤바인」도 대당 가격이 4백10만원에 달한다.
또 최소 경지면적이 10정보는 되어야 경제성이 있으므로 경지소유 상한선이 3정보로 규제되고 있는 우리농지제도 아래서 이 기계를 보급한다는 것은 농지제도 개편이라는 문제까지 야기한다.
조작기술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다.
따라서 정부는 농업기계화의 당면목표를 가장 바람직한 형태인『앉아서 일하는 농업』에서 한 단계 낮추어『허리를 펴고 일하는 농업』의 실현에 두고 제5차 5개년 계획이 끝나는 86년까지는 과거처럼『허리를 굽히고 일하는 중노동』을 농촌에서 몰아낼 계획이다.
일본에서 이미 이 단계를 넘어 이른바「트래콘」시대를 맞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농촌 복지는 그만큼 뒤졌다고 할 수 있다.

<요원한「트래콘시대」>
『허리를 펴고 일하는 단계』의 주축기종은 경운기·이앙기·「바인더」등이다.
「바인더」는 벼를 베어서 묶는 작업까지 할 수 있는 것으로 이앙기와 마찬가지로 하루 3천∼4천명의 논을 처리할 수 있다.
어느 것이나 소규모 경지에서도 작업이 가능하며 높은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 단계의 우리실정에 가장 적합한 기종으로 꼽힌다.
그러나 최소한 허리를 굽히고 하루종일 일해야 할 중노동만이라도 면할 수 있도록 이 같은 기종을 골고루 보급하는 것도 용이한 일은 아니다.
우리 나라 전체 경지면적은 2백45만 정보에 달한다.

<현재 경운기 15만대>
이중 경사가 15도 이상인 경지는 기계화가 불가능하다고 보더라도 기계화 대상면적은 논 1백24만 정보, 밭81만 정보등 모두 2백5만 정보가 된다.
정부의 계획대로 86년까지 최소한『허리 펴고』일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조성하려면 이만한 면적이 경운기·이앙기·「바인더」등을 갖추어야 한다는 얘기다.
농수산부의 계산에 따르면 그러기 위해서는 ▲경운기 50만대 ▲이앙기 12만대 ▲「바인더」20만대가 공급되어야 한다.
이 기계들의 가격도 싸지만은 않다. 경운기가 7O만원 내외, 이앙기가 90만∼1백10만원, 「바인더」가 90만원을 넘는 수준이다.
일반 농가로서는 힘겨운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기계화 촉진을 위해 농기계구입에 융자혜택을 주고 있다. 경운기는 구입가격의 60%, 이앙기와「바인더」에는 1백% 전액을 융자해 준다.

<기계구입자금 융자>
현재 경운기 보급 댓수는 l5만4천대인데 이만한 물량이 보급된 것도 정부의 자금지원이라는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앙기와 「바인더」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되는 새로운 기종으로 아직 보급실적은 보잘 것 없지만 정부가 계속 자금지원을 한다면 쉽게 널리 보급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을 계속해서 계획대로 농기계를 보급하려면 86년까지 3천5백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와있다.
농촌이 힘겨운 노동에서 해방된다는 일은 그만큼 많은 댓가를 요구한다는 얘기도 된다.
그러나 모든 생활의 편익이 도시에 집중되고 투자배분이 산업화에 치중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농민을 위해 이 정도의 투자를 아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농업기계의 보급은 기계를 많이 보유하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고 그 기계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수익을 올린다는데 의미가 있는 만큼 기계의 보급과 함께 경지의 정리, 기계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제도의 마련 등 여건조성에도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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