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장은 자기 직인이 찍히는 문서에 책임 적법여부 못 가리면 직무유기로 처벌 마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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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기관장은 자신의 이름과 직인이 찍혀 발부되는 모든 공문서에 대해 발급 전에 적법여부를 확인하거나, 아니면 부하직원에게 확인시켜야할 책임이 있으며 이를 게을리 했을 경우 직무유기 죄로 처벌을 받게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형사지법 항소3부(재판장 윤일영 부장판사)는 8일 전 수원시 연무동 동장 전용한 피고인(57·연무동 198)에 대한 직무유기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이같이 판시, 무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선고유예판결을 내렸다.
전 피고인은 76년 2월 연무동 동장으로 근무할 때 동 직원인 김주숙씨(29·연무동 187) 등 3명이 소 매매업자인 안산씨(38·연무동 181)에게 12차례에 걸쳐 「소 자가사육 증명서」4백68장을 허위로 발급한 것을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76년 8월 26일 직무유기혐의로 구속 기소됐었다.
소 매매업자인 안씨는 영업세 등 세금을 포탈하기 위해 토축 대상 소를 자신이 길렀던 것처럼 관계 동 직원과 짜고 이 같은 허위 공문서를 발부 받았다.
1심인 서울 민·형사지법 수원지원은 76년12월29일 동장 전씨에 대한 직무유기 혐의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할 수 있으나 당시 업무량이 많아 동장인 전 피고인이 일일이 확인하거나 부하직원들에게 확인시킬 수 없는 실정이었으므로『이는 징계사유에 불과할 뿐 형사책임은 물을 수 없다』고 판시, 전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기관장은 적어도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직인을 찍어 발부되는 모든 공문서에 대해서 자신이 직접 적법여부를 확인하거나, 아니면 부하직원에게 이를 확인시켜야할 책임이 있다』고 유죄판결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업무량이 많다는 이유로 이 같은 책임을 피할 수 없는 것이므로 전 피고인의 경우 형사처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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