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셀러」는 거의 청춘물|6백명 독서인 대상 독서 취향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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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베스트 셀러」를 만드는 독자층이 지나치게 얕다. 감각적 청춘물에 탐닉하는 20대 전반의 학생과 직장 여성이 그 두께의 거의 전부다. 이 같은 사실은 월간「독서」9월호가 특집으로 마련한 「베스트 셀러」독자 취향 조사 『사춘기 여성물을 읽고 싶다』에서 밝혀졌다. 「독서」지는 출발 한지 1년도 못되어서 「해빙기의 아침」 등 3, 4권의 「베스트 셀러」를 내놓은 문학 예술사의 「베스트셀러」 독자 「카드」6백장(남녀 각3백명)을 무작위 추출해서 집계 분석했다.

<6백명 독서인 대상 독서 취향 조사>
물론 최근 문화 작품에서 문제작이나 무게 있는 책들이 「베스트셀러」로 되는 바람직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카드」를 보낸 「김수현·안병욱 독자」를 통해 그 동안의 「베스트 셀러」독자의 일면을 볼 수 있다.
이 통계에 나타난 「베스트 셀러」 독서 독자의 모습은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다.
◇책을 사는 동기=「필요를 느껴서」28%, 「저자가 좋아서」23.6%, 「신간 안내를 보고」22%, 「서점에 들렀다가」14.5%, 「권유를 받고」6.1%, 「광고를 보고」5.5% 등. 여기서 특이하게 나타난 것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필요를 느껴서」다. 구체적인 정보원을 들지 않고 막연한 뜻으로 표현한 「필요」는 어쩌면 군중심리에 휩쓸리는 「베스트셀러」 독자의 모습의 일단을 표현하는지도 모른다.
◇원하는 책=그들이 책에서 얻고 싶어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실상은 더욱 분명해진다. TV나 일간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이나 문제를 취급한 책을 원하고 심지어는 연속극을 소설화해 달라고 요구까지 하고 있다. 단순히 책으로 시간만 보내려고 하는 말하자면 오락·유희적 요소의 감각적 내용을 많이 요구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25세의 시집 못간 여성, 이루어 질 수 없는 조금은 통속적인 얘기의 소설」을 요구하는 식이다.
젊은층의 고뇌를 다룬 책을 내 달라든지 사회 현실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논픽션」을 요구하는 독자들도 간간이 끼어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베스트 셀러」독자는 교양이나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보다는 「사춘기에 흔히 빠지는 타락·고민·호기심… 혼자 해결하기에 너무 어려운 문제 해결의 지혜를 주는 책」을 원하는 사람들이다.
◇출판 희망 작가·저자=이 같은 독서 기호를 가진 독자들이 책을 내주었으면 하고 희망한 집필자 20명은 ①한수산 ②최인호 ③김수현 ④박완서 ⑤조해일 ⑥안병욱 ⑦송영 ⑧이어령 ⑨조선작 ⑩김승옥 ⑪김남조 ⑫이병주 ⑬김주영 ⑭이청준 ⑮고은 ?강신재 ?최인훈 ?박경리 ?구혜영 ?김동리씨다.
그럼 이 같은 책을 읽고 싶어하고, 그래서 「베스트 셀러」를 만들어 내게 되는 이들 독자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
◇독자의 신분 =학생 45.6%, 회사원 25.1%, 무직 10.1%, 공무원 4.6%, 군인 4%, 상업 2.5%, 교사 1.8%, 간호원 1% 등이다. 그중 서울 시내 거주자가 46%로 거의 절반에 이르고 있다. 서울과 지방의 독자 분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베스트 셀러」가 서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외국에서의 「베스트셀러」가 1개월 안에 서울에 들어오는 것과는 달리 국내의 「베스트 셀러」는 서울에 치우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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