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에 살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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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원은 신 의 작품이고 도시는 인간의 작품』이라는 시인의 말이 있었다.
도시 사람들이 시골 사람보다 병에 약하다는 어느 통계를 보고 문득 그 생각이 난다. 도시는 인간의 작품이기는커녕 점점 악마의 작품이 되어 가는 느낌마저 없지 않다.
병이란 한 마디로 균형을 잃는 상태를 말한다. 인간의 몸은 약「알칼리」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혈액이나 체액이 건장한 사람의 경우는 7·35PH(페하)내지 7·45PH이다. 이것은 건강이 지속되는 동안은 변함이 없는 수치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 약「알칼리」성이 산성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 균형이 깨어지는 것이다. 이런 상태는 벌써 정상을 벗어난 것이며 병의 상태이기도 하다.
그런 균형을 흔드는 요인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의학자들은 환경과의 관계를 주시하고있다. 개(견)를 실험대 위에서 관찰 해 본 의학자가 있었다.
자극을 주어「히스테릭」하게 만들면 그 개의 혈청「칼슘이온」은 감소하며 산성체질로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도시생활이란 우리에게 공연히「노」와「애」를 강요하지 않는 것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버스」나「택시」를 타도, 길을 걸어도, 집에 누워있어도 우리를「히스테리」로 만드는 일들이 그칠 사이가 없다.
감기무휴의 사람들을 우리는 주위에서 자주 본다. 감기야말로 외부의 영향을 가장 받기 쉬운 병이다. 도시는 바로 그런 감기의 거대한 온상 같기도 하다. 우선 감기는 병에 대한 저항력을 약하게 한다. 도시인들이 병을 견뎌 내지 못하는 것도 그런데 에 원인이 있을 것 같다.
때때로 전원에 나가면 공기도 물도 감미롭게 느껴진다. 개마저도 표독스럽지 않은 유순한 음성으로 짖어 댄다. 신선과 여유와 평온은 자연의「하모니」이며 율동인 것 같다. 그런 것을 잃고 사는 사람들은 그만큼 조화를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의 유명한 내과의「키르세나」박사는『자연은 명의』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는 햇볕·공기·물·휴식·운동·식물·정신 등7가지를 지적하여「7인의 명의」라고 했다. 그 가운데 5인은 전원이 독점하고있다.
소음과 혼란 속의 긴장, 밀집과 불변 속의 짜증, 냉소와 비정 속의 비탄. 그런 도시를 벗어나지 못하는 도시인의 좌절감도 또한 병이다.
도시인의 병도 문제이지만 도시 지향 병은 더 큰 문제인 것 같다.『살어리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청산별곡). 옛 노래나 부르며 병든 마음 달래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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