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군사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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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상한 일이다. 북한은 숨기지 않는 것이 없는데 군사비만은 꼬박 발표한다. 정작 숨겨야 할 것을 보아란듯이 「발표」하는 것은 오히려 수상쩍다.
북한의 군사비는 지난 71년부터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예산의 총지출 가운데 그 구성비가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1970년 이전은 줄곧 총예산지출의 3분의l을 군사비로 쓰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이듬해부터 이 비율은 15%내외로 줄어들었다.
군사비는 다른 비목과는 달리 한번 늘려놓으면 좀 체로 줄이기 힘든 것이 하나의 특성이다. 세계 어느 나라의 예를 보아도 알 수 있다. 북한의 연도별 예산지출규모를 보면 역시 70년대에 접어들어 이른바 「인민경제비」와 「사회문화비」의 구성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인민경제비」란 경제활동에 대한 유동자금 및 그 경비가 포함되어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공업부문의 기본투자에 충당한다.
이를테면 군수공장 등의 활동을 이런 비목에 집어넣을 수도 있다.
가령 군대의 막사 같은 것도 주택건설의 명목으로 「사회문화비」에 포함시켜도 그만이다. 따라서 북한식 예산편성으로는 군사비의 구성비를 고무줄처럼 조작할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의 군비가 감소되고 있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다.
주한 「유엔」군사는 북한의 군비가 잠수함·「탱크」·「헬리콥터」등에선 지난 5년 동안 적어도2배로 늘어났다는 보고자료를 밝힌 일이 있다. 수륙양용차량은 거의 4배로 늘었고 야 포도 50%나 증강되었다.
위성정찰이 가능한 상황에선 이런 보고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정작 우리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남북의 군사력 비교이다. 군사전문가들은 그 자체의 비교보다는 GNP(국민총생산)의 비교에 더 관심을 갖는다. 현재 남·북한은 GNP에 있어서 4대1의 비율이다. 80년대에 접어들면 그 격차는 7대1로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따라서 군사비의 절대 액을 북한이 우리 수준까지 뒤쫓아오려면 그들의 경제활동은 거의 군비에만 집중해야 할 형편이다. 황새와 뱁새의 경주를 상상할 수도 있다. 북한주민의 생활상은 그로 미루어 짐작이 된다. 확대 재생산이 없는 군비비만의 증강은 북한주민에겐 지옥과 같은 것이다.
최근 미국 군축국이 밝힌 북한군사비의 GNP대비구성은 우리의 3배에 가깝다. 이것 하나로도 북한주민의 생활상을 알 수 있다. 『칼을 녹여 보습을 만드는 세상』이야말로 우리 한민족의 영원한 염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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