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귀신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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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60년대말, 70년대초 미국의 대한섬유수입규제도 발단은 일본 때문이었다.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일본의 섬유제품을 막기 위한 방책을 강구하다 보니까 일본만 아니라 한국·대만·홍콩까지 공매를 맞았다.
가까스로 본격화될 단계에 와 있는 한국의 컬러TV수출에 대해 일본측이 다시 물귀신 작전을 벌이고 있다.
컬러TV는 흑백TV보다도 시장성·수익성이 좋은 유망상품으로 74년부터 수출하기 시작, 올들어 5월말까지 12만대를 수출했다. 그중 약9만대가 미국으로 나갔다.
미국은 연간 약3백만대의 컬러TV를 수입하고 있다. 그 가운데 일본의 수출량이 1백70만∼2백만대. 한국과는 비교가 안되는 대량수출이다.
그런 일본이 최근 미국에 대해 한국·대만·멕시코 등지로부터의 컬러TV수입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우리만 규제하지 말고 한국·대만 같은 나라도 규제하라』고 했다는 소식이다.
자기네들이 차지하고 있던 시장점유률(한때 70%에서 작년엔 40%)을 뺏기니까 배가 아픈 때문인지….
일본이 겉으로는 수입을 늘린다. 무역흑자를 줄인다하지만 엄청난 엔다까(원고) 속에서도 올 상반기 중에 사상기록적인 83억 달러의 수출초과를 기록했다.
일본인을 두고 이커느믹·애니멀이라고 지칭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세계최대의 무역흑자국이면서 못 먹는 밥에 재나 뿌리자는 것이 이번의 물귀신작전이다.
경쟁은 정정당당히, 그리고 대국은 대국(자기들 말대로)다운 금도가 있어야한다.
미국이 일본측의 주장을 어떻게 처리할지 두고볼 문제지만 한국은 한국대로물귀신을 잡는 도깨비작전쯤은 마련해야할 것 같다. <이제훈 경제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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