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를 싸게 팝니다"|화기·전차 등 만여 점의 장비전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무기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제3세계에 무기대량수출을 목표로 한 영국최대의 무기박람회가6윌2O일과22일「런던」서남1백「마일」쯤 떨어진 해안의「보빙턴」육군기갑여단사격장에서 열렸다.
이 기지는 천연적으로 마치 병풍처럼 앞면 좌우를 막아선 야산이 방탄벽을 이루고 그 중앙에 협곡이 뚫려 바다로의 친계가 트여있었다.
소총·기관총·박격포 등 경화기는 방벽에 설치된 목표물을 겨냥하고 야포·「로키트」 ·「미사일」따위는 중앙의 친계를 뚫고 바다로 발사되게 되어 있다.
70여 개국 무기구입관계자들 4백여 명이 모인 가운데 2백50개 영국 군수업자가 출품한 1만점의 장비가「올 더 쇼트」전시장에서 미리 전시되고 그중 주로 화기와 전차가 이곳에서 기동성 및 학력시범을 보여주었다.
쌍안경을 들고 열심히 들여다 보고있는 제3세계 고객들 앞에서 영국 제 부기들은 열심히 「패션·쇼」를 벌였다. 영국이 열심히 판로를 찾고있는 수직 이·착 륙기「해리어」가 관중들의 코앞에 내려와서 전후좌우로 교태를 부리고『남성의 상징』임을 자랑하는「치프텐」전차가 질주하며 불을 뿜었다.
그때마다 확성기는 무기의 성능을「유머」섞어가며 열심히 선전했다.
「뚫리지 않는 방패」와「모든 걸 뚫을 수 있는 창」의 모순 같은 것도 등장했다. 『지뢰탐지기로 잡히지 않는「플래스틱」지뢰』와『지뢰밭을 단숨에 처치할 수 있는 지뢰 제거 기』도 선을 보였다.
『피아의 무기가 다같이 정확해진 오늘날 첫발이 명중하지 않으면 멸한다』는 번구로 포 조준용「컴퓨터」를 소개하기도 했다.
2시간동안 계속된 화력시범은 홍·청·백색의 화려한 연막탄이 터지고 모든 화기들이 일제 사격하는 요란한 폭음 속에서「피날레」를 장식했다.
세계의 무기시장은 미국·「나트」및 제3세계로 대분 된다. 그러나「나트」와 미국시장은 자기네들끼리 정치적 흥정으로 나누어 먹고 있기 때문에 구미 각 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대상은 재3세계 특히 중동이다. 이번 박람회의 대상도 구미보다는 제3세계 쪽이었다. 그래서 장비는 재래식이 대부분이고 국지전의 특성들이 강조된 것들이었다. 안내 책자는 모두 「아랍」어가 병기되어「아랍」고객에 대한 관심이 큼을 보여주었다.
영국 외무성자료에 따르면 제3세계가 작년 한해동안 무기구입에 지출한 액수는 5백10억 「달러」나 된다. 이 액수는 제3세계가 선진국으로부터 받은 개발원조 2백억「달러」의 2배반이 넘는다.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제3세계의 무기수입은 계속 급증하고 있다. 제3세계가 2O년 전에 지출한 군비가 전세계군비지출의 4%이던 것이 15%로 증가했고 서구의 무기수출량은 10년 동안 3배로 늘어났다. 그러니까 무기장사 이상의 수지맞는 무역은 없는 것이다. 미국·「프랑스」·영국의 손으로 무기장사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고 체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서독은「프랑스」와의 합작으로 시장에 침투하고있다.
조용히 부기판매를 해오던 영국이 2년 전부터 무기박람회까지 열면서 적극성을 띠기 시작한 것은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살인무기들이 백화점의 상품처럼 판매되는 현장에서 볼 때 세계평화를 운위하는 서방정치인들의 발언들이 얼마나 허위에 찬 것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캘러헌」영국수상은 지난달「유엔」군축특별총회에서 선진국들은 무기수출을 자제할 책임을 느껴야한다고 역설해서 갈채를 받았다.
「오언」외상도 지난3월 한 연설에서『제3세계의 군비증강추세를 역전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었다. 그러나「유엔」군 축 총회가 아직도 진행중인 때 영국국방성 군 장비 판매처(DSO)는 무기박람회를 열었고 이 행사의「도덕성」을 묻는 기자에게 담당자는『영국은 무역국이다. 생존을 위해 무역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른 상품수출과 무기수출이 다를 게 무엇인가』라고 말했다.
군축이라면 핵무기에만 관심을 쏟는 서방언론도 문제다.2차대전이래 사람을 죽인 것은 재래식무기이지 핵무기는 아니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