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시가 가라앉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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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양의 「베니스」』라 불리는 물의 도시 「방콕」이 조금씩조금씩 물 속으로 가라앉고 있다.
「타이」 불교 문화의 상징 「에머럴드」 사원과 「그랜드·팰리스」에까지 침강 현상이 나타나 태국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오래 전부터 한 청량음료 공장과 유서 깊은 「방콕」의 「차오피야」강 다리가 가라앉고 있다는 학계 경고가 있었던 터에 이번에 다시 「출라롱콘」대 공학회의 보고는 여간 충격적인 것이 아니다.
이 학회 보고에 따르면 「에머럴드」 사원과 「그랜드」 궁전은 지난 6개월 동안 3m가 내려앉았고 전에 의회 건물이었던 「아난타사마큼·홀」은 과거 8개월 사이에 8㎜ 정도가 내려앉았다.
「방콕」은 해발 1·5m의 습지에 세워져 매년 5∼6월의 우기만 되면 시내 곳곳이 물에 잠겨 홍수를 겪는 도시.
지질학자·공학자·건축가들은 「방콕」시 당국과 일부 공장·「호텔」등이 지하수를 과도하게 퍼내기 때문에 침강 현상을 일으킨다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인구 4백70만의 「방콕」 시민들에겐 하루에 50만입방m의 물을 지하에서 끌어올려야만 급수 문제가 해결된다.
최근에 「방콕」 신문들은 상가 건물이 하루에 2㎝씩 내려앉는 바람에 상가 주민 48가구가 몽땅 이삿짐을 쌌다고 보도했다.
태국 정부는 날로 침강 현상이 심각해지자 급기야 국립 환경 위원회 소속 아래 지반 침강 방지를 위한 지하수 위기 대책 위원회를 긴급히 설치하기에 이르렀다.
「방콕」은 바야흐로 동경·대북·「멕시코시티」·「함부르크」·「베니스」에 이어 세계적으로 여섯번째로 가라앉고 있는 도시로 변모한 셈이다. 【싱가포르=이창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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