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천안문 막아라 … 중국 100만 명 '보안 장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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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 사태 25주기를 사흘 앞둔 1일 홍콩에서 ‘시민에게 참정권을’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시민이 모조 탱크 앞에서 ‘탱크맨’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홍콩 AP=뉴시스]
천안문 사태 당시 탱크 대열을 가로막은 ‘탱크맨’을 찍은 사진은 1990년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천안문 사태는 개혁파 지도자 후야오방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사망을 계기로 촉발된 학생 시위를 계엄군이 무력 진압해 수백 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홍콩 AP=뉴시스]

천안문 사태 25주기를 앞두고 중국 공안당국이 계엄을 방불케 하는 초비상 경계태세에 돌입했다. 중국 내외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천안문 사태는 1989년 6월 4일 천안문 광장에서 발생한 민주화 시위를 무력 진압해 수백~수천 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홍콩에서는 4일 수만 명의 시민이 시내 빅토리아 공원에 모여 희생자 추모와 중국 민주화를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 계획이다. 1일에도 홍콩 시민 3000여 명은 “6·4 민주주의를 회복하라” “일당독재를 끝내라”는 구호를 외치며 가두행진을 벌였다. 집회를 주도한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의 리촉얀(李卓人) 대표는 “시진핑(習近平) 주석 취임 이후 중국의 인권 상황은 25년 만에 최악”이라고 비판했다.

 천안문 사태 당시 학생 지도자 중 한 명이었던 왕단(王丹)도 『육사비망록(六四備忘錄)』이라는 제목의 새 책을 4일 펴낼 계획이다. 이 책에는 천안문 사태 발생 원인과 경과, 역사적 의의 등을 기술하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현재 대만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현지 외신기자와의 회견에서 “중국 공산당은 이미 기득권의 대변자가 됐 기 때문에 중국 국민이 스스로 일어나 목소리를 낼 때만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천안문 시위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왕단은 2일과 3일 각각 미국 워싱턴DC와 뉴욕에서 열리는 천안문 사태 25주년 기념집회에 참석한다.

 예술인들의 민주화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일 중국 정부가 천안문 사태 흔적을 지우려 애쓰고 있지만, 반체제 예술가들의 작품 속에는 그 정신이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고 보도했다. 화가 이리오우는 당시 희생자들의 얼굴을 흑백 그림으로 구현하고 이들의 얼굴 한가운데에 천안문 광장을 지나는 탱크의 모습을 넣은 작품을 그리고 있다. 그는 “정부는 화가들이 다른 소재들을 다루길 바라지만 당시 민주화 운동의 느낌은 우리 안에 살아 있고, 예술가는 진실로부터 도망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70세의 노화가인 양쩡쉐도 피 흘리는 혈관들로 뒤덮인 황폐한 천안문 광장을 묘사한 작품 100여 개를 그리며 천안문 사태 재평가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중국 공안당국은 제2의 천안문 사태를 막기 위해 최근 군과 무장경찰, 소방당국에 통지문을 보내 임전태세 돌입을 지시했다고 미국에 서버를 둔 인터넷 매체 보쉰(博迅)이 1일 보도했다. 베이징(北京)의 경우 이미 10만여 명의 보안요원이 천안문과 주변 전철역, 공공장소를 경계하고 있다. 또 85만 명의 자원봉사자를 동원해 시내 순찰을 강화하고 192개 검문소를 설치해 도로 불시 검문을 강화하고 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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