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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7세기의 문학사상|조동일 교수(영남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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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5세기의 문학사상은 훈신의 문학이 나라를 다스리는 경륜으로서 참으로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정도전의 혁명적인 입장이나 서거정의 보수적인 입장이 이 점에선 공통점을 지녔다.
16세기의 사림은 이러한 풍조에 반론을 제기했다. 즉 문학의 사명은 내적 충실의 도모에 있고 내적 충실의 길은 자연과 화합하는 물아일체의 경지에 있다는 입장이다.
서경덕과 이황은 공통적으로 위와 같은 입장을 취하면서도 자연과의 화합이 기로써 이루어지는가 아니면 이 때문에 가능한가에 대해서만 입장을 달리했다.
15세기를 훈신의 시대, 16세기를 사림의 시대라고 한다면 17세기를 건너뛰어 18세기는 여항인의 시대다.
적당한 시대적 명칭을 붙이기 어려운 17세기의 문학사상은 허균 장유 김만중 등에 의해 이루어졌다.
장유의 양명학은 온전한 설득력의 체계를 갖추지 못했고 불교를 통해 세계관의 획득을 꾀했던 김만중도 생리학의 문학사상에 대해서는 측면 적인 비판에 머물렀다.
사문난적을 다스리는 경화된 사상통제가 특징이기도 했던 17세기는 문학사상의 주력이 바뀌면서 그 전환기를 맞았다. 즉 허균으로부터 시작된 조선후기의 현실주의적 문학사상이 홍대용과 박지원의 실학에 이르러 비로소 그 사상적 체계와 깊이를 마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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