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농토의 전천후 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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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농촌에서는 지금 자연과의 숨막히는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갈라진 논바닥에 한줄기 물을 대기 위해 밤새워 땅을 파고 지게로 물을 나른다.
「호스」로 산을 넘기고 한번 쏜 물을 다시 이용하기 위해 보를 만든다.
밤낮도, 남녀노소의 구별도 없이 모두가 가뭄극복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번 가뭄은 68년에 우리가 겪었던 가뭄보다도 더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10년 전에는 7만2천 정보의 논에 모를 심지 못하고 50만8천 정보의 경작지가 피해를 본 심한 한발을 겪었다.
올해에도 이미 밭작물은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으며, 당분간은 비가 흡족하게 올 전망도 없는 모양이다 .하늘은 왜 이런 시련을 안겨주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나 안타까와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의 단합된 의지와 집념으로 이 시련을 극복해야만 한다. 지금 농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뭄 극복을 위한 싸움은 바로 이러한 우리의 의지와 집념의 표현이다.
그리고 우리가 단합된 힘을 과시 할 때 시련은 반드시 극복될 것이다. 가뭄 극복은 농촌만의 일이 아니다. 식량생산은 바로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우리 모두의 일이기 때문이다. 도시에 살고 있다고 해서 방관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물며 눈에 거슬리게 행락을 즐긴다는 것은 스스로 삼갈 것이다.
신문발행인협회가 벌이고 있는 양수기 보내기는 가뭄을 극복하기 위한 총력전의 일환이다.
직접 곡괭이를 들고 땅을 파지는 못하더라도 양수기를 보내 가뭄에 타는 농민의 마음을 적셔주고 한치의 논이라도 더 구해내도록 적극 참여할 것을 호소한다.
겪고 있는 가뭄을 이기는데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항구적인 대책도 마련 돼야 하겠다.
우리는 거의 해마다 가뭄 소동을 겪고 있다. 55년부터 작년까지 23년 동안한해를 입지 않은 해는 불과 다섯 해 정도였다 한다.
그 동안의 노력으로 수리안전답 율이 84%에 달한다고 하지만, 아직 20만8천 정보가 천수답으로 남아 있고, 한해 상습지가 5만4천 정보에 이른다.
안전답이라 하는 논 중에는 조금만 가물어도 바닥을 드러내는 소류지·몽리 면적까지 들어있어 실제 안전답은70%에도 미달되는 형편이다.
밭의 관개는 생각도 못 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내년 중에 4백억 원을 들여 5만4천 정보의 한해 상습 지를 일소할 방침이라 한다. 지극히 다행한 일이다.
사실 한해 상습지에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대부분이 영세농들이며 정부의 특별한 배려가 없으면 되풀이되는 한해의 악순환을 벗어날 길이 없는 사람들이다.
어려운 사람들의 일부터 해결하겠다는 자세는 국민적 단합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이와 함께 전국의 농토를 어느 때건 물 걱정 없는 전천후농토로 만드는 일에도 한 층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이미 정부는 4천2백 억 원을 들여 영산강1, 2단계, 삽교천 일 단계 사업 등 9개의 대단위농업종합개발사업을 벌이고 있고, 앞으로 낙동강 유역개발·영산강3,4단계 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천후농토의 꿈을 실현하는 것은 물론 용이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투자 배분을 늘리고 꾸준히 밀고 나가면 반드시 물 걱정 없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다.
내 국토를 쓸모 있는 땅으로 가꾸기 위해 온 국민의 단합된 힘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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