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국봉의 평양 방문-소의 영향력 견제|대 북괴 경협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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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활발한 움직임은 한반도 안보가 중대한 전환기에 들어서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티토」「유고」 대통령과 「차우셰스쿠」「루마니아」 대통령 「후꾸다」 일본 수상의 방미, 「브레진스키」 미 대통령 안보 보좌관의 북경과 한국 방문, 김일성의 방소, 「차우셰스쿠」의 북경과 평양 방문, 「먼데일」 미 부통령의 동남아 순방 등은 철군과 3자 회담설로 이어진 한반도 경제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이다.
특히 현재 중공 수상 화국봉의 평양 방문은 이러한 일련 상황과 관련, 북괴의 대소 편향을 견제하고 김일성으로 하여금 미-중공 접근 체제 안에 묶어두려는 의도로 평가된다.
미국과 중공은 주한미 지상군 철수 이후의 소련 극동 진출을 억제, 한반도의 안보 체계와 동북아의 질서 유지를 위해 대 북괴 정책에서 상호 긴밀한 협조를 하고 있다고 한국의 저명한 국제 문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있다.
전문가들은 중공 수상·화국봉의 평양 방문과 「브레진스키」 미 대통령 안보 담당 보좌관의 북경 방문은 미·중공 협조의 일환으로 분석하고 3자 회담을 추진하는 미·중공·「유고」·「루마니아」 지도자의 의도는 『김일성의 「티토」화』에 있다고 해석했다. (관계 기사 3면)
중앙일보가 6일 마련한 좌담회에서 연세대의 이기탁 교수와 서강대의 오기평 교수는 현재 북괴를 방문중인 화국봉이 김일성을 적극 지지한다는 약속을 한 것은 『화려한 구두 약속 일뿐이며, 그 속셈은 김일성이 소련에 편향하는 것을 막기 위한데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유고」의 「티토」 대통령과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대통령은 김일성으로 하여금 소련에 접근케 하여 소련의 세력을 극동으로 쏠리게 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으나 화는 철군과 3자 회담 과정에서 북괴를 중공 쪽으로 끌어들이려고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 교수는 화가 금에게 화려한 구두 약속을 하고 있으나 김이 원하는 무기 지원과 경제 지원에 현실적으로 부응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김이 소련으로 편향될 것을 우려하여 미국과 협조하여 김의 대소편향을 막으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미국이 중공에 공급하는 「컴퓨터」의 일부가 북괴 쪽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설을 그 증거의 하나로 들었다.
이 교수는 남 한·미국의 3자 회담 안은 철군후의 한반도 현상 유지를 위해 「티토」와「차우셰스쿠」의 주도에 의해 추진중인 것으로 보았으나, 오 교수는 「카터」 미 행정부가 지향하는 현장 변경을 통한 새로운 질서의 확립과 정에서 미국의 주도하에 나온 한반도 문제의 해결 방식이라고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오 교수는 미국과 한국이 3자 회담의 의제를 사전에 합의하고 불가침 협정을 전제로 한다면 한국이 이 회담을 기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두 교수는 최근의 주변 정세 변화가 단절된 남북 대화의 재개를 활성화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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