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부들의 이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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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광부들의 이직이 늘어 석탄 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보도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는 단지 광부의 이직 문제가 아니라 석탄 산업, 더 나아가서는 우리 나라 「에너지」정책 전반에 관련된 근본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에너지」 소비 구성을 볼 때 석탄에서 유류로 그 비중이 점차 옮아가고 있으나 아직도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서민 연료로서의 석탄의 비중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석탄 산업은 기계보다 인력 의존적이다. 노천광이 없기 때문에 인력에 크게 의존하지 않으면 채굴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석탄 회사들이 대부분 영세하여 자본 장비율의 제고가 어려운 형편이다. 석탄 산업의 기계 장비율이 얼마큼 낮으냐 하는 것은 OMS (1인당 1일 채탄량)의 변화에서 충분히 입증된다.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민영 탄광의 채탄 OMS는 75년 2·25t에서 77년에 2·42t으로 늘었을 뿐이다. 금년 계획이 겨우 2·5t정도다.
일본의 OMS가 13t임을 상기한다면 우리 나라 석탄 산업의 생산성이 얼마나 낮고 정체되어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주로 인력에 크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 나라의 석탄 산업에서 인력이 점차 빠져나간다는 것은 경제성 있는 탄광의 부족과 더불어 앞으로의 석탄 수급에 중대한 타격을 빚을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석탄 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재해율이 높고 중노동을 요구한다.
석탄 산업의 종사원이 다른 업종에 비해 평균적으로 다소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하나 그들의 작업 조건에 비하면 별 매력이 못된다.
석탄 1백만t당 재해 인원은 4백명이나 된다. 일본의 1백50명 선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때문에 소득이 향상되고 취업 기회가 넓어지면 석탄 산업의 종업원이 많이 빠지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긴 하다. 근자 우리 나라의 광부 이직 사태도 이러한 큰 흐름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사태는 앞으로 더욱 가속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석탄 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계속 키우기 위해선 노동력 확보가 가장 핵심 문제가 될 것이다.
물론 채탄 장비의 현대화에 의한 인력 대체도 필요하지만, 역시 근본은 노동력의 계속 공급일 것이다.
석탄 산업의 노동력, 특히 광부의 확보는 임금 수준이 다소 높은 것만으로는 미흡하다.
임금 수준도 물론 높아야 하지만, 안전 시설·복지 후생 제도·노후 보장 등이 완비되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번 석탄 값 인상도 광부 처우 개선을 명분으로 한 것이지만 이것이 당초 목표대로 되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석탄 산업의 인력 확보는 석탄 업계만으론 해결이 불가능하다.
가격·행정·세제 등에서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석탄이 서민용 가정 연료의 주종을 이루고 있고 이 석탄 생산은 인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에서 석탄 인력의 확보엔 정부가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최근의 광부 이직 사태를 심각한 것으로 인식하여 더 사태가 악화되기 전에 대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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