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 아동과의 결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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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본사가 보사부와 공동으로 벌이는 「불우 아동 결연 사업」이 올해에도 5월1일부터 6월말까지 2개월에 걸쳐 전국적으로 추진된다.
본사는 76년부터 이 사업에 착수한 이래 각계 각층 인사들의 정성어린 후원으로 작년까지 모두 3만7천50명의 불우 어린이들에게 결연을 하도록 주선했었다.
보람 있는 이 사랑의 운동에 흔연히 호응, 따뜻한 손길을 뻗쳐준 결연자 가운데는 재벌급의 재력을 가진 기업인이나 단체도 없지 않았으나 오히려 어려운 형편에서도 자기보다 더 불우한 이웃을 돕겠다고 나선 영세민들이 많았다.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본사는 올해에도 2만3천3백명을 목표로 각 기업체·관공서·독지가들을 움직여 이들 불우한 환경에 있는 어린이들에게 교육비와 양육비를 지원해 주도록 주선하는 운동을 확대 실시키로 한 것이다.
우리 나라에는 고아원 등 전국 4백17개 수용 시설에 3만7천8백45명의 불우 어린이들이 애정의 손길을 목마르게 기다리며 그늘진 환경 속에서 자라고 있다.
여기다 한햇 동안에 남의 집 대문 앞이나 길가에 버려지는 기아만도 6천여명에 이르고 있다.
또 최근 수년 동안에는 미혼모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이들의 친권 포기를 위한 상담 건수도 부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볼 때, 이제 우리 나라에서도 불우 아동 문제는 점차 국가적으로 큰 관심을 쏟아야 할 심각한 사회 문제로 등장해가고 있음이 틀림없다. 이렇듯 오늘날 우리 나라의 고아 문제는 6·25직후의 전쟁 고아와는 그 유형을 완전히 달리하는 것임을 주목해야 하겠다.
최근에 부쩍 늘어나고 있는 고아 등 불우 아동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의 성도덕의 문란을 반영하는 것일뿐더러, 한 걸음 더 나아가 평균적 의료와 교육비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상대적 곤궁층의 증대 등, 이를테면 그 원천이 경제적·사회적 제도의 결합에서 연유하는 구조적인 성격을 띤 것이다.
따라서 이들 불우아 문제는 이미 어떤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로 그 책임은 국가와 사회가 마땅히 부담해야할 성질의 것이다.
그러나 그 동안 우리 사회는 오직 이기적인 입장에서 내 자식을 귀히 생각할 뿐 나머지 응달에 방치된 불쌍한 이웃어린이들에 대해서는 이를 마치 자기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순전한 타인지사인양 너무도 무관심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아들의 구호나 입양 사업이 오히려 외원 기관을 통해 외국인에 의해 추진돼온 것도 이 때문이라 하겠다.
게다가 간혹 고아원과 결연을 하고 있는 단체나 학교 같은 데서도 1년에 한두번 학용품 몇점과 과자 봉지를 들고 찾아가는 것으로 할 일을 다한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본사가 추진하는 「불우 아동 결연 사업」은 이러한 형식적 구호나 일시적인 선심에 그치는 운동이 아니라 실제로 불우 아동을 보살펴 장차 정상적인 삶으로 이끌어가자는 장기적인 운동이다.
나쁜 환경에 방치된 채 자위 수단을 갖지 못한 이들 사회적 약자를 밝은 삶으로 유도하는 일은 비단 인도주의적 견지에서뿐만 아니라 청소년 문제를 예방하고 명랑한 사회를 이룩하는데도 큰 의미를 갖는 것이다.
불우 아동을 돕는 일은 이미 부자가 가난한 자에 대해, 그리고 나라가 국민에 대해 베푸는 자선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해야할 공공적 의무로 인식해야할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버려진 아동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은 국민 모두가 이들의 정신적인 부모가 되고 형이 되어 따뜻한 사랑을 베푸는데 있다.
미 결연 불우 아동들의 설움을 덜어주기 위한 본사의 결연 사업에 발맞춰 이들 불우 형제를 따뜻이 보살피는데 힘을 합하기를 거듭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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