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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창 판소리' 30년 … 시대의 소리꾼 다 모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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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판소리 완창을 가장 많이 한 안숙선 명창. 1987년부터 2013년까지 총 22회를 했다. [사진 국립극장]

짧아도 다섯 시간, 길면 여덟 시간을 꼬박 한자리에서 판소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서서 부른다. 판소리 완창이다. 요즘이야 판소리를 대표하는 공연 양식으로 꼽히지만 19세기까지 판소리는 부분창이 대세였다. 긴장-이완, 몰입-해방이라는 극적 체험을 반복하는 구조라서 굳이 소리 한바탕을 마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소리를 좋아하는 부잣집 방에서 부르는 ‘방중 공연’이 며칠씩 이어지는 경우에도 여럿이 돌아가며 부르는 토막 소리나 민요가 곁들여지곤 했다.

 판소리 완창은 1968년 박동진(1916~ 2003) 명창이 판소리 ‘흥부가’를 완전 녹음한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는 계창(繼唱)이라고 했는데 ‘계속해서 부르기’란 뜻이다. 박 명창은 71년까지 판소리 다섯 바탕을 다 불러 이 분야의 개척자로 유명해졌다. 그를 따라 많은 명창이 판소리 완창을 하면서 침체됐던 국악계는 새 전기를 맞았고 판소리 부활의 움직임이 일었다. 여기에 ‘뿌리깊은나무 판소리 감상회’가 불을 붙였다. 브리태니커사가 주최한 감상회는 청중을 중심으로 ‘전판’이란 단어를 쓰며 판소리 대중화에 큰 구실을 했다.

  1974년 서울 장충동 국립창극단에서 ‘명창 판소리’란 제목으로 판소리 감상회가 정례화 되었다. 완창 판소리는 84년 12월 ‘신재효 10주기 기념공연’으로 기획돼 오늘에 이르렀다. 31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리는 ‘완창 판소리 30년 맞이 특별공연’은 그 역사를 더듬는 자리다. 오후 1시 ‘낮마당’, 오후 6시 ‘밤마당’으로 나눠 원로 성창순·안숙선부터 신진 박애리·채수정까지 명창 20명이 출연해 판소리 ‘눈 대목’(가장 의미 있고 중요한 부분)을 부른다. 우리 시대 최고 소리꾼들이 한 무대에 서는 드문 기회다.

 공연에 앞서 30일 오후 2시에는 완창 판소리 30년을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는 특별 세미나가 열린다. 이날 완창 판소리의 의미를 되짚을 최동현 군산대 교수는 “판소리 복원과 부흥에 큰 공헌을 한 점은 인정하지만 완창만이 판소리의 모든 것인 양 치부돼 스태미나 경쟁이 돼버린 폐해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장편소설을 나누어 읽듯 판소리도 한바탕을 몇 차례에 걸쳐 나누어 부르는 방식을 존중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제언이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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