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가지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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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나무를 제대로 키우려면 적절한 시비와 함께 정지·전정을 올바로 해주어야 한다.
나무는 잎에서 탄소동화작용을 하여 성장·발육에 필요한 양분을 뿌리·가지·열매에 공급한다.
탄소동화작용에는 태양광선이 절대 필요한 요소다.
태양은 지구에 1분간 1평방㎝의 면적에 1·96칼로리, 1단보당 8시간동안 1억 킬로칼로리의 에너지를 투사한다.

<나무성질 먼저 이해>
정지·전정은 나뭇잎이 햇볕을 많이 받아 양분을 많이 만들 수 있도록 나무모양을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나무의 품종·형태, 가지가 뻗는 방향, 잎의 크기와 모양, 그리고 나무가 자라는 지형 등에 따라 가지를 치는 방법도 달리해야 한다.
나무를 자연상태로 방치하면 가지와 가지가 서로 중복되고 밀생한 부분은 햇볕이 가려져 가지와 잎이 연약해지며 따라서 병충해가 많고 열매도 제대로 맺지 못한다.
가지치기를 함으로써 수형을 아름답게 할뿐 아니라 성장을 좋게 하고 좋은 열매를 골고루 맺게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지치기에 대한 관심이 적고 기술도 개발되지 못해 아까운 나무들이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세종로의 은행나무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가로수들이 아름다운 모양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 한 예다.

<외국선 사진 찍어 연구>
외국에서는 과수원을 경영하는 사람이면 자라는 가지들의 사진까지 찍어놓고 어떤 가지에 열매가 많이 열리는가, 어떤 가지를 자르고 어떤 가지를 남겨둘 것인가를 틈틈이 연구한다고 한다.
우리가 배워야할 점이다.
정지·전정은 토질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척박한 땅에서는 가치기지가 더욱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나무의 가지가 뻗은 모양과 뿌리가 내린 모양은 대칭을 이루고 지상부와 지하부의 세력이 예컨대 10대10이라는 균형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가지치기로 지상부의 세력이 8로 줄어들면 지하부의 강한 세력이 균형을 찾기 위해 양분을 힘있게 밀어 올려 비료를 많이 준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또 나뭇가지가 옆으로 퍼지면 뿌리도 이와 대칭으로 옆으로 퍼지므로 우리나라처럼 토심이 얕은 땅에서는 가지가 옆으로 퍼지도록 가지치기를 함으로써 토양에 맞도록 뿌리를 내리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정은 살아있는 나무에 인공적 시술을 하는 것이므로 나무의 성질과 생태를 깊이 이해하지 못하면 오히려 나무를 못쓰게 만들거나 해를 입힐 우려가 있으며 따라서 올바른 기술보급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예컨대 용재수는 곧게 올라간 원줄기(주간)를 잘라버리면 용재수로서 구실을 못하게 되며 과실수는 새 가지 끝부분에 꽃눈이 달리므로 이것을 지나치게 잘라버리면 수확을 기대할 수 없게된다.

<비료주기와 같은 효과>
특히 가지치기는 한번 잘못하면 나무를 못쓰게 만드는 것인 만큼 기술개발과 보급이 시급하다.
가지를 자를 때는 절단면적이 작고 잘린 자리가 위로 향하지 않도록 해야하며 큰 가지를 잘랐을 때는 접목용 비닐을 접합시키거나 백색페인트 같은 보호제를 발라주어 잘린 부위가 썩지 않도록 해주어야 한다.
사과 배 밤나무 등은 잘린 부분이 쉽게 아물지만 포도·감귤·비파 등은 오래 걸리므로 전정을 할 때 신경을 써야 한다.
정지·전정을 하는 시기는 가을은 낙엽이 진 후 10월말부터 11월말까지 1개월, 봄은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1개월간이 가장 좋다.

<전정 후 썩지 않게>
그 외의 시기에도 전정을 할 수는 있으나 한겨울인 12월말부터 2월말까지 2개월, 그리고 생육이 끝나는 7월말부터 10월 중순까지 2개월은 피해야 한다.
생육이 끝나는 무렵은 탄소동화작용으로 겨울양분을 저장하는 시기이므로 이때 전정을 하면 나무가 약해져 겨울에 동사할 우려가 있고 겨울에 전정하면 절단면이 동해를 입는다,
가지치기는 나무의 종류와 생태, 식재목적에 따라 시기·방법이 다르므로 일반적 원칙보다 개별적 구체적인 기술지도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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