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속 옷벗어줘 딸살린 어느모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춘천】 강원도홍천군내면자운리 오대산 속칭 불발령의 1m눈속에서 지난12일친정으로 빚을 갚으러 가던 박정렬씨(38·여·제주도북제주군 구좌면동금령리1033)가 자신의 웃옷을벗어 딸최인숙양(6)을 살려놓고 자신은 동사한 시체로 발견됐다.
현장은 이날 상오10시쯤 이곳을 지나던 최길수씨(26·농업·자운2리)가 발견, 경찰에신고하여 경찰이 어머니 박씨품에서 실신해있는 인숙양을 구조해낸 것이다.
발견당시 박씨는 자신의 외투와 「스웨터」를벗어 딸을 덮고 품안에 안고 있었다.
박씨는 4년전 제주도로 가면서 친정동생인 박종엽씨(35·자운2리)에게 빌어간 10만원을 갚으려고 9일 제주도를 떠나 11일상오11시쯤 평창군봉평면흥정리 친척집에 들렀다가 길이 12km의 불발령을 넘어 친정으로 가던 길이었다.
이곳은 불발령을 넘어가는 지름길로 이날 영하15도의 혹한속에 눈이 1m나 쌓여있었다.
인숙양은 손과 발에 가벼운 동상을 입었을뿐 건강했다.
15일하오 제주도에서 비보를 받고 달려온 박씨의 남편 최모씨(40)는『가난을 벗어보자고 그간 객지에서 안간힘을 쓰다 이제겨우 가난을 면하니 이게무슨 어처구니 없는 일이냐』고 통곡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