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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거미손, 땅볼슛엔 '약한 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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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마르셀루에게 땅볼 슈팅 골을 내준 뒤 허탈해 하는 AT마드리드 골키퍼 쿠르투아. [리스본 로이터=뉴스1]

올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른 스페인 프로축구 명문 레알 마드리드가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에 귀한 가르침을 줬다. 아틀레티코(AT) 마드리드와 치른 챔스 결승전을 통해 한국의 본선 3차전 상대 벨기에의 수문장 티보 쿠르투아(21·AT 마드리드)의 공략법을 제시했다.

 레알은 25일 포르투갈 리스본 에스타디우 다 루즈에서 열린 AT 마드리드와의 결승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4-1로 이겼다. 레알은 2001∼2002시즌 이후 12년 만에 유럽 챔피언에 오르며 ‘빅 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챔피언스리그 통산 10회 우승을 달성해 더욱 값진 승리였다.

 승부는 드라마틱했다. 전반 36분에 AT 마드리드 수비수 디에고 고딘(28)에게 골을 허용해 0-1로 끌려가던 레알은 후반 추가 시간에 터진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31)의 헤딩 동점골로 기사회생했다.

레알은 연장 후반 5분 가레스 베일(25)의 역전골을 시작으로 마르셀루(26)의 추가골(연장 후반 13분)과 호날두(연장 후반 15분)의 페널티킥까지 묶어 대승했다.

 레알의 승리는 한국 대표팀에도 청신호였다. 다득점 과정에서 쿠르투아를 공략할 수 있는 포인트가 드러났다. 1m99㎝의 장신에 팔·다리가 길고 반사신경이 뛰어난 쿠르투아지만 낮게 깔리는 슈팅에 대한 대처 능력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네 차례의 실점 중 두 골을 같은 패턴으로 내줬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온 라모스의 헤딩 선제골과 드리블 돌파 후 이뤄진 마르셀루의 세 번째 골은 모두 골대 바로 앞에서 낮게 바운드된 땅볼 슈팅이었다. 결승골 또한 앙헬 디 마리아(26)의 땅볼 슈팅을 쿠르투아가 방어하는 과정에서 볼이 뒤로 빠져 베일에게 완벽한 득점 찬스가 왔다. 땅볼 처리는 장신 골키퍼의 공통적인 고민거리다. 체격이 크다 보니 무게중심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슈터가 지나치게 구석을 노릴 필요가 없다는 점도 확인됐다. 쿠르투아는 낮게 깔려 날아오는 볼 중 먼 쪽보다 가까운 쪽의 방어에 약점을 보였다. 1일 첼시와 치른 챔스 준결승 2차전 당시 골대 구석을 향하는 첼시 선수들의 슈팅을 잇따라 막아내 3-1 역전승을 이끌었지만 레알과의 결승전에서는 몸 가까이 낮게 날아오는 슈팅을 제대로 막지 못해 골을 허용했다. 이는 안정환(40) 본지 해설위원이 내놓은 쿠르투아 공략법과도 일치한다. 첼시전을 현장에서 지켜본 안 위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선수들은 쿠르투아를 상대로 슈팅을 땅볼로 깔아 차야 한다”며 “팔이 긴 골키퍼를 상대로는 구석을 노릴 필요가 없다. 오히려 손으로도 발로도 막기 애매한 중간 코스로 슈팅하는 게 유용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중앙일보 5월 14일자 24면>

 한편 벨기에는 쿠르투아의 부진에 이어 백업 골키퍼들까지 줄부상을 당해 최후방에 빨간불이 켜졌다. 쿠르투아의 경쟁자 시몽 미뇰레(26·리버풀)가 24일 훈련 중 허벅지 통증으로 재활자 명단에 올랐다. 코엔 카스틸스(22·호펜하임)와 실비오 프로토(31·안더레흐트)가 각각 정강이뼈 골절과 척골 골절로 낙마한 데 이은 비보다. 벨기에는 27일 룩셈부르크와의 A매치 평가전에 백업 골키퍼 삼미 보시트(29·쥘테 바레험)를 선발로 기용한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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