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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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의 통화정세는 이를테면 하나의 비상사태라 할 수 있다. 작년에 실질 성장률이 10·3%였는데 비해 통화 증가율은 무려 41·4%에 달했다.
이런 통화급증과 실물공급과의 차이가 바로「인플레」의 첨예화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금년들어서도 통화 증가세는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아 1월중에 무려 7백23억원이 늘었다. 연율로 치면 43·7%의 수준이다. 통화가 연 40%이상 늘고도 물가가 안정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그야말로 나무 위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통화의 증가추세에도 불구하고 물량공급「파이프」는 민간설비 투자의 부진. 수출선호 경향 등으로 별로 늘어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 두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없는 한 금년 물가정세는 결코 낙관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두 문제는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통화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서 수입 증진·외화예치제의 확대와 함께 금리 인상이 검토되고 있다는 설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할만한 일이다.
최근의 물가동향과 투기 등에 몰리는 부동자금의 증가 추세에 비추어 볼 때 금리인상은 불가피한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작년 하반기의 금리 인하는 기업의 「코스트」부담만 생각했지 전체적인 통화수급에 대한 배려가 미흡했던 것이다. 현재의 「인플레」추세에 비추어 금리인상으로 통화를 줄이는데 물론 상당한 한계가 있고 또 기업의 원가 부담증가, 내외금리의 격차 확대로 인한 해외 신용이용 선호의 강화, 역 금리에 따른 은행수지의 악화 등 금리인상에도 여러 문젯점은 있다.
그러나 지금은 무엇보다도 과잉 유동성이 가장 문제가 되고 있으므로 유동성 흡수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금리인상에 우선 순위를 주어야할 것이다. 통화정세가 매우 심각하다는 점을 감안, 한은의 지원에 의한 임시적인 역 금리체제도 검토해 볼만하다.
다만 현재의 통화문제를 금융수단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통화의 주요 공급경로가 건실한 수출입 등 해외부문과 양특 적자인 만큼 이 두 부문에 대한 원천적인 규제책도 동시에 추구되지 않으면 안 된다.
중동 건설 수출 등이 국제수지 개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통화가 팽창되고 인력·물자수급에 큰 충격이 갔다.
이 충격은 건설수출이 앞으로 잘 될수록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과 아울러 국내 통화와 인력·물자공급 능력을 감안한 기본적인 진출 전략을 재검토할 단계가 되었다고 판단된다.
중동 건설 수출의 호조로 「달러」가 쌓였지만 국내 통화가 급증하고 물가가 크게 올랐다면 그 대차대조는 자못 심각하게 검토해야 되지 않겠는가.
해외 부문의 통화증발에 대해선 거의 성역시하고 있는데 이를 그대로 두고는 통화안정이란 필경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런 때일수록 재정부문에서도 긴축을 강화하여 통화흡수의 「쿠션」역할을 주도해야 할 것이다.
통화 홍수사태를 수습하는데 좀더 성의 있는 노력과 「컨센서스」를 보여주도록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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