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된 통일논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그 당위성을 누구나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 바로 통일문제인 것 같다.
조국이 분단된지 벌써 한 세대가 지났지만, 아직도 통일전망은 그때나 지금이나 막연하기만 하다. 언제쯤 어떤 형태로 통일이 가능할까에 대해서는 자기 나름의 상상이 있을지는 몰라도 어느 누구도 그것을 확실한 전망으로 내세우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분단전의 조국을 알고 있는 40대 이상의 세대들은 통일에 대한 자기 나름의 구체적인 모상의 실마리를 대개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 아래 세대, 더구나 6·25동란조차 겪지 못한 젊은 세대에 이르면 통일관에 그러한 주관적 실마리가 개재될 여지는 거의 없다.
통일에 상당히 장구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라 그 과업은 다음 세대에 계승될 수밖에 없다.
이들 세대의 통일관에 올바른 방향과 내실을 담아주는 노력은 그만큼 긴요한 것이다. 통일과업이 다음 세대에 계승될 것에 대비해야한다는 논의의 제기는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작년에 대학 및 고교생을 상대로 시행된 한 통일의식조사에 의하면 통일의 시기에 대해 영원불가가 40%, 50년 이내 11%, 30년 이내 24%로 응답자의 대부분이 회의적 전망을 나타내고 있다.
통일저해요인으로 64.2%가 사상적 대립을 꼽았으며, 통일해야할 이유로는 단일민족(36.4%)·정치안정(32.5%)을 내세우고있다. 통일방안으로는 경제성장(46.7%)과 협상(26.7%)이 북진(11.3%)·「유엔」감시(7.7%)· 연방제(4.2%)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이 조사결과를 보면 통일문제에 대한 젊은이들의 의식이 그 윗세대에 비해 비교적 냉정하고 객관적임을 알 수 있다. 통일에 대한 열정이나 꿈보다는 객관적인 여건과 현실이 보다 중요한 사고결정 요인이 되어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관적인 인연이 비교적 배제된 젊은 세대의 통일관은 보다 합리적일 수도 있는 대신 공소해지기도 쉽다.
그들은 공소하지 않고 합리적인 통일관으로 무장하기 위해선 통일교육의 강도 못지 않게 질이 중요하다.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의 예속물이 아니라 그들대로의 가치관과 직감으로 살고 있다.
교과서를 통해 주입되는 통일이론이 청소년들의 통일관 형성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은 그들대로의 직감을 지니고 있다. 그들의 직감과 어긋나는 교육내용은 소기의 설득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점 무조건적인 통일보다는 평화정착을 중시하고, 또 상이한 두 체제를 일거에 단일화하려하기 보다는 단계적인 통일을 지향하는 우리의 평화통일원칙이 보다 설득력을 지닐 것은 두말할 여지도 없다.
때문에 통일교육이 참된 통일교육이 되기 위해선 그 교육의 내용인 통일이론이 계속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다듬어지고 개발되어 나가야만 한다.
또 앞으로 통일논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될 「정통성」문제를 놓고 보면 우리에게는 민족문화의 정통성을 지키고, 건국의 합법성을 지녔다는 역사적 근거가 있다. 이에 더해 어느 체제가 국민을 더 잘 살게 하느냐 하는 체제의 정통성경쟁에서도 우리의 우월성은 여지없이 과시되고 있다.
합리적인 통일이론의 개발 및 교육과 대한민국의 역사적·현실적 정통성에 대한 자신감의 고취야말로 세대를 이은 통일대비의 요체인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