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아닌 가벼운 추행이라도 보상금 깎을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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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강간」과 「추행」의 보상액의 차이가 최근 법조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폭행에 비유한다면 강간은 「중상」에 해당되고 추행은 「경상」.
이같이 차이가 큰 두 죄명이 문제가 된 것은 당초 강간인줄 알고 피해보상액을 정했으나후에 추행으로 밝혀지자 가해자쪽에서 이미 정해진 보상액읕 깎자고 나선데서 비롯됐다.
이 사건은 죄질이 다를경우 피해보장액이 달라질 수 있는지의 여부가 초점.
대법원민사부는 지난2일추행 피해자 가족인 이모씨(48·경북칠곡군칠곡면)가 가해자 가족인 박모씨(50·동)를 상대로 낸 약속어음금 청구소송상고심 선고공판에서 피고 박씨의 상고를 기각, 『피고 박씨는 원고 이씨에게 약속어음금을 지불하라』고 원고 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강간이든 추행이든 피해자가 본 피해는 그 차이를 들수 없으며 따라서 보상금도 차이를 둘 수 없으니 한번 정해진대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이 비롯된 것은 76년6월24일. 당시 15세인 박씨의 아들 병태군(가명)이 8세인 이씨의 딸 옥보양(가명)을 동네앞 제방으로 끌고가 추행한데서 시작됐다.
이같은 사실은 2개월뒤인 그해 8윌22일 옥보양의아버지 이씨에게 알려졌고 이씨는 즉각 병태군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때 이씨는 병태군이 자선의 딸인 옥보양을 강간한 것으로 잘못알고 『강간했다』고 고소한 것.
또 옥보양을 진단한 동네의사 최모씨(67) 마저 오진하여 『처녀막이 파열됐다』고 진단서를 발급했던 것.
이바람에 병태군은 8월26일 경찰에 강간치상혐의로 구속되는사 태로 번졌다. 이에 다급해진 것은 병태군의 아버지 박씨.
박씨는 이씨를 찾아가 백배사죄하고 1백만원의 보상금을 주기로 합의, 1백만원짜리 약속어음(지급일9월27일)을 발행했다.
이에따라 이씨는 8월28일 병태군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었다.
그러나 문제는 다시 일어났다.
대구지검으로 송치된 병태군은 『결코 옥보양을 강간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
이 때문에 검찰은 재수사를 벌여 옥보양읕 다시 진단한 결과 처녀막이 온전한 것을 밝혀냈다.
이에따라 병태군은 죄명이 「강간치상」에서 「추행」으로 바뀌었고 피해자의 고소 취하에 따라 불기소처분을 받고 석방됐다.
이런 가운데 어음금지급일이 되어 이씨는 박씨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했으나 박씨로부터 거절을 당했다.
박씨는 당초 강간인줄알고 1백만원으로 정했으나 추행인이상 그 액수를 다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몇차례에 걸쳐 달라느니 못주겠다거니 시비가 오간 다음 이씨가 소송을 제기, 이는 법정으로 옮겨져갔다.
박씨는 법정에서 강간치상죄는 법정형량이 『무기 또는 5년이상의 징역』이고 추행은『10년이하의 징역 또는 5만원이하의 벌」에 지나지 않고 강간이 아닌 추행으로 밝혀진이상 보상금은 당초 약속액보다 적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에대해 재판부는 병태군이 옥빈양을 강간은 하지않았다 하더라도 추행한 것만은 분명한 이상 일단 정해진 합의금을 깎을 수는 없다』고 판결, 1, 2심에서 원고승소판결을 내렸고 대법원에서 이를 확정시킨것이다.

<정일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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