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을 위한 총력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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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제 7부 장관 합동 회견에서 밝혀진 새해 경제 시책의 기조는 물가 안정위의 고도 성장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10∼11%의 실질 성장을 하면서 물가를 10%선에 안정시키려면 국제수지 부문 등에서 고도의 정책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금년에 한국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물가안정과 설비 투자의 환기라 할 수 있다.
정부 당국도 물가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총론을 밝혔지만 이미 내연되고 있는「인플레」요인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각론적인 정책수단엔 현실적인 결단과 조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우선 무엇보다도 30%의 통화 증강율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77년에도 당초 23∼25%로 잡았던 통화 증가가 해외부문의 통화팽창으로 무려 41%나 늘어 이 것이 금년 물가의 큰 불안 요인이 되고있는 것은 주지하는 바다.
금년엔 해외부문의 통화 팽창을 막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서두르고 재정부문의 균형 내지 환수를 도모하여 통화증가 폭을 30%선으로 유지함과 동시에 같은 증가폭 중에서도 자금의 생산적인 배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금년 통화증가율 30%도 해외금융의 국내전환·저축성 예금의 대폭 증가·재정 증권 발행확대 등 의욕적인 부문별 목표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런 목포들이 사실상 달성되기 힘들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재정 부문 등에서 미리 여유를 두고 한도운용을 해야할 것이다.
해외금융의 국내금융 전환은 부수 기술·외국 제휴회사와의 관계·내외 금리격차·상환조건 차이 때문에 단시일 내에 쉽게 이뤄질 일이 아니다. 특히 금년부터 중화학 차관 등이 본격적으로 들어온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지속성장과 물가안정의 바탕이 될 설비투자 증대를 위해선 민간부문에 자금을 지속적으로 내지 않으면 안된다.
작년엔 여신은 많이 늘었지만 이것이 해외부문에서 집중적으로 나갔기 때문에 민간부문은 사후적인「쿠션」역할을 한 셈이다. 금년엔 해외·재정부문이「쿠션」역할을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민간 부문의 설비투자가 일어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하루아침에 대출 중단 등의 조처가 빈발되어선 어떻게 안심하고 투자를 할 수 있겠는가. 또 조세 면에서도 투자저해 요인을 제거해야할 것이다.
물론 재정 경직화로 재정부문의 긴축엔 어려움이 있겠지만 금년의 물가가 매우 심각하다는 점을 감안, 물량 공급증대와 직접적으로 관계되지 않는 부문은 계획을 잠시 유예하거나 삭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정부 스스로가 물가안정에 솔선 수범함으로써 안정 기조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널리 침투시켜야 한다. 이것이 생산「채널」을 이탈한 대금의 재환류를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책에 대한 신뢰감의 회복이야말로 안정의 첫걸음이다.
수입에 의한 물량공급의 확대는 국내 산업 보호와 상충되는 점도 있겠지만 현 여건에서 어느 것이 더 급한가하는 것을 검토하여 현명한 선택을 해야한다. 국제수지부문의 정책 활용은 물가안정과 국제경쟁력을 위해 시급히 요청되는 과제다.
모든 것을 다 하려하면 아무 것도 되지 않을 것이다.
또 경쟁체제의 조성이 요청된다. 자유 경제 체제에선 기업 경쟁을 통해 물가안정·생산성향상·기술 혁신 등을 가장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경제의 모든 부문엔 경쟁제한 요인들이 너무 많다.
이런 요인들을 그대로 두고는 행정지도에 의한 경제 능률화엔 한계가 있다. 전반적인 독과점과 사실상의 담합, 또 신규시설투자와 신규 사업 참여의 갖가지 제한을 그대로 두고 어떻게 가격안정과 설비투자의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하기엔 경제의 규모가 너무 크고 고도화되었다.
정부는 경쟁 제한 요인들을 제거하여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데 가장 서둘러 정책 초점을 맞추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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