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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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로빈슨·크루소」가 무인도에 표착한 것은 1659년9월30일이었다. 그는 20년 후에 구조될 때까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세월가는 것을 계산하였다.
그는『일의 나무』에 하루하루가 지나가는 줄을 새겼다. 그리고『일의 나무』에 금이 일곱이 되면『주의 나무』에 줄을 긋고, 그게 네개가 되면『월의 나무』에 줄을 새겨 나갔다.
물론「로빈슨」은 간단한 덧셈은 10진법에 의해 암산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1세기 전 만해도 암산은 수학자만 할 수 있었다.
원래 Calculation(계산)이라는 말은 calculi(잔돌)라는「라틴」어에서 나왔다. 고대「로마」사람들은 잔돌로 셈을 했었던 것이다. 옛 중국 사람들은 대나무 가지를 늘어 놓아가며 셈을 했다.
우리네는 예부터 손가락을 잘 썼다. 그래서 주먹구구라는 말도 있다. 하기야 손가락은 우리만 쓰지는 않았다.
손가락은 영어로 Digit라고 한다.
이 말에는 또 0에서 9까지의 수자라는 뜻도 있다.
「뉴기니」섬의 토인들은 지금도 손가락 뿐 아니라 몸 전체로 계산을 한다. 그들 사이에서는 왼손의 엄지손가락은 5를 가리킨다. 목은 10이 되고 가슴은 12가 된다.「그린란드」의 어느 미개 지역의 사람들은 아직도 손가락을 꺾어가며 계산을 한다. 그러니까 양쪽 열 손가락을 다 꺾으면 10이 된다.
그러나「그린란드」의 토인들은 덧셈이나 빼기를 손가락으로 하지는 못한다. 그것은 우리네 어린이들만이 할 수 있다. 미국의 어린이들도 한동안은 주먹구구를 썼었다.
최근의「뉴욕·타임스」지에 의하면 미국의 학교에서도 다시 주먹구구 계산법을 권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물론 한 한국인이 손가락 셈 법에 주판의 원리를 가미시킨 새로운 지산법이다. 이 방법으로는 덧셈·뺄셈은 물론 곱셈·나눗셈까지도 손쉽게 할 수 있다고 한다.「뉴욕·타임스」가 신비한 동양의 계산법이라고 평할 만도 하다.
가령 네 줄 주판으로 l5더하기 9를 할 때는 5주를 4더하기 l로 분해하고 9에1을 더한다.
네 줄짜리 주판으로 할 때에는 이런 암산의 과정이 반드시 끼어들게 된다. 새 손가락 계산법은 이 네 줄짜리 주판 대신에 다섯 손가락을 쓰는 것이 다를 뿐이다. 그리고 주산에 능해지면 실제로 주판알을 튕기지 않아도 계산할 수 있는 것처럼 주먹구구를 하지 않아도 손가락 셈 법을 쓸 수 있게 된다. 우리 나라에선 아직 손가락 셈 법을 아는 사람이 없다.
「컴퓨터」의 시대에 손가락 셈 법이 되살아난 것을「아이러니」라고 볼일이 아니다. 「컴퓨터」의 시대이기에 더욱 인간의 두뇌에 의지하는 손가락 셈 법이 필요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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