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벽 통과하는 장면에 카퍼필드도 깜짝 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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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모든 공연은 흥미로워야 합니다. 관객을 매료시키기 위해 기술을 쓰는 거죠. 마술도 그런 기술 중 하나고요.”

 20일 ‘문화기술(CT) 포럼’ 참석차 방한한 뮤지컬 ‘고스트’ 마술감독 폴 키에브(47·사진)의 말이다. 열 살부터 마술을 배웠다는 키에브는 20대 초반엔 직업마술사로 활동했다. 1991년 코믹쇼 ‘인비저블 맨’ 제작에 참여하면서 일반 공연과 마술을 접목시키기 시작했다. 그동안 뮤지컬 ‘고스트’ ‘마틸다’, 영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휴고’ 등의 마술 효과 작업을 했고, 내년 초연 예정인 뮤지컬 ‘백 투 더 퓨처’에서도 마술감독을 맡았다.

 “마술전문 공연을 하면 관객들이 ‘저 마술의 비밀은 뭘까’ 캐내려는 자세로 봅니다. 하지만 뮤지컬이나 연극 관객들은 극 흐름에 빠져있기 때문에 마술 효과가 더 극적으로 나타나죠.”

 ‘고스트’에서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대목은 마지막 부분 샘이 사라지는 장면이다. “19세기 마술 기술을 첨단 기술과 접목시켰다”는 자부심이 크다. 또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는 샘이 벽을 통과하는 장면을 보고 ‘나도 믿기 어렵다’면서 놀랐다”고 전했다.

 공연 무대에서 마술은 전문 마술사가 아닌 일반 배우가 해야 한다. 그가 “무대에서 수백번 안정적으로 반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실패할 때도 있어요. 뮤지컬 ‘마틸다’에서 분필이 칠판 위를 혼자 움직이며 글씨 쓰는 마술 장면이 있는데, 딱 한 번 실패했어요. 그 순간 배우가 기지를 발휘해 분필을 손에 잡고 마치 분필에 끌려 글씨를 쓰는 것처럼 연기해 겨우 위기를 넘겼답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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